철학자 헤겔은 '우리는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울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든 것은 주체 사상에만 사로잡혀 있던 학생 운동권이 아니라, 산업화가 활성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갔던 소시민 국민들이었다. 말 그대로 시민들의 힘이었을 뿐이다.
그 시절 학생 운동권들의 머릿속에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혁명, 그것도 사회주의 혁명과 더 나아가 북한식 인민민주주의 혁명의 완성밖에 없었다. 지금도 내 주위에는 그런 생각을 벗어버리지 못한 후배가 있다. 스스로 혁명가라는 생각에 갇혀 있는 것이다.
학생 운동권들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일반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사회주의 혁명의 징검다리로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 소리 없는 시민들의 열망과 힘은 학생운동의 몽상과 급진성 보다 훨씬 컸다는 사실이다.
86세대 운동권 출신, 특히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나 그 주변인물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우리 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자신들의 공로로 강제로 차용해서 자랑하듯 내세우지만, 당시 학생운동이나 이후 좌파적 사회운동은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오늘날에 와서는 우리 나라의 빼어난 민주주의제도 정착을 위해 젊음을 바친 것처럼 행세하며 국회의원 되고, 공기업 임원이나 수장 자리를 찬탈하고 온갖 악행을 서슴치 않는다.
지난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의 심리적 효과를 포장하는 것이나 같은 방향이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의 재앙에 반응하며 더 나은 도달 가능한 미래 세상을 위해 그 재앙을 우리 체제속에 포함시킨다는 의미에서 역사로부터 뭔가를 배워야 한다.
70년 전 한국전쟁이 끝난 다음 국민들은 완전히 공포에 빠졌고, 장래의 전쟁을 막기 위해 유엔을 통한 활동을 시작했으며, 그렇게 했음에도 여전히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잦은 침범과 도발을 마주하고 있다.
과거의 모든 재난에 대한 애도와 상징화 작업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며, 그것이 오히려 더 새로운 재난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두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위협을 안다고 해도 그 일을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여기서 우리가 화해라고 부르는 것은 이성적 승리가 아니라 우리 행동의 비극적 차원을 받아들이고 대비하는 일이다. 비록 우리가 의도하는 바는 아니지만, 언제나 우리 행동의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시원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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