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의대 재경동창회 전체이사회가 있었다. 상임이사회의는 매월하지만, 전체 이사회는 전,후반기에 한번씩 딱 두 번만 한다.
많은 선,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집안출신이라는 가족적 분위기에서 서로 먼저 다가와 웃음으로 환영하고 손을 잡고 서로를 배려하며 따뜻한 눈길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푸근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자리였다.
'눈높이 교육'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어른이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 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어휘를 사용하여 이해할 때까지 반복하여 설명하는 모습이다.
식당에서 웨이터가 무릎을 굽혀 손님의 눈높에서 메뉴를 설명하고 주문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창회에서는 흔히 불통의 책임이 말하는 선배가 아니라 듣는 후배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래 사람들이 알아서 들어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선배가 무슨 말을 하든 후배가 알아서 들어야 한다는 말은 사리에 맞지 않다.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가 자식이 이해하고 알아듣게 말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아이들이 따라오듯이 후배들이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게 만들 책임이 후배가 아니라 선배에게 있다는 말이다.
선배들은 주제발표만 하고 후배들이 논의하고 협조할 수 있도록 물꼬만 틀어주면 된다. 그것이 진정한 배려다. 중간에 끼어들어 감놔라 배놔라 하면 후배들은 입을 닫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군대처럼 동창회라는 상하조직의 구조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점점더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다. 동창회가 본래의 친목도모라는 목적을 이루어 모든 동창들이 행복감을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도 동창들간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통의 주요한 수단은 대화이며, 대화는 나와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말이나 신호의 흐름을 의미한다. 그 흐름의 끝에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바람직하고 창조적이며 새로우면서도 한 차원 높은 무언가가 존재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소통에서는 대화가 중요한 수단이 된다. 자신의 의견이나 입장만을 고집해서는 대화가 불가능해지는 이유다.
사실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처럼 두 사람 사이의 이해의 정도를 깊게 하기 위해 대화를 많이 나누는 방식보다 이웃사촌으로 표현되는 이심 전심의 정(情)을 돈독히 하는데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정은 대화를 통한 이해를 근간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거쳐 "우리가 남이가" 라는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면서 서서히 이루어 지는 것이고, 일단 형성되면 그 무엇보다도 강한 유대 관계를 낳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수치화된 뚜렷한 성취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대회에만 의존하기보다 정이라는 소통코드를 통해 모두가 한 배에 탄 한 식구라는 신뢰감을 줌으로써 결국 결집력과 실행력을 불러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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