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두 달에 한번 만나는 용띠 달리기 동갑내기 모임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회에서 비슷한 삶을 살아온 동갑내기들이 더욱이나 달리기라는 공통적인 취미를 바탕으로 만나는 인생에 한번 밖에 느낄 수 없는 귀중한 시간들임을 서로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눈빛과 말을 통해 서로 교감을 이루고 의사를 표현하지만, 현실에서는 곳곳에서 불통된 대화로 인한 오래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로 마음 맞는 사람들 끼리 부모와 지식간의 세대차와 가치관의 혼란으로 더 이상 대화가 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그 자체로 많은 지혜와 방법을 얻게 된다.
오직 먹고사는 문제와 이기적인 인간을 양성하는 도제관계 교육의 원인과 문제를 생각하며, 왜곡된 진리와 권위와 허세를 극복하고 나만의 진지한 삶의 경험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귀중한 모임이다. 달리기는 휴식의 의미 뿐만 아니라 달리기 그 자체가 결국 인생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오가며 만나는 길가의 풀과 나무와 들꽃들을 관찰하거나 새소리를 들으면서 항상 나의 삶의 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다시 가다듬고 기도한다.
사는데만 집중하여 정신없이 살아간다면, 삶의 과정에 얽힌 이야기와 주위의 풍문이 전하는 말을 듣지 못하게 되고, 사회 속의 자신의 삶의 수준이나 위치를 착각하거나 오해하게 된다.
삶은 결국 죽음으로 통하며, 죽음 앞에서 가족들 혹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면, 그런 인생길은 성공적이거나 자연적이지 않은 것이다.
인생은 느리게 천천히 전후좌우를 돌아보며 걷듯이 달려야 출발하는 순간 이미 도착한 것같은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느낄 때는 지체없이 달리러 나가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밖에서 존경받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족, 특히 배우자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한다면, 불행한 인생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자식 낳고 키우며, 결혼식장에서의 서약을 충실히 지키며 한 점 거짓 없이 서로의 약속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살다가, 감사하는 생활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삶이라면 단지 성인(成人)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인(聖人)의 길에 들어섰다고 봐도 되겠다.
나이들면서 느끼는 것은 감상적이 된다는 것이다. 젊을 때는 정말 눈물이라는 것을 몰랐으며, 눈물을 흘린다는 자체를 남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지냈는데, 오십 중반을 지나면서 삶의 질퍽한 현실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집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 신경을 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포함하여 내 자식들에게서 고개를 돌릴지라도 나는 아버지로서 자식을의 인생을 끝까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살았듯이 나의 마음을 아는 우리 아이들은 결코 인생살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젊은 만큼 알듯 말듯한 아버지의 시선을 느끼며 다시 일어설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아버지로 나를 생각해준다면 우리는 서로 통한 것이다.
나의 삶은 항상, 아니 언제나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다. 삶이라는 자체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또 이해하고 있다면, 졌다 해도 상처를 입을 이유가 없다. 내가 세상 모든 것에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도 또 당연하며, 오늘 져도 내일 이기면 그만인 것이 우리의 인생살이기 때문이다.
시름시름 내리는 가을비에 신경쓰지 말자. 세상은 원래가 바람 불고 춥고 어두운 곳이라 하더라도 내가 사는 세상의 낮은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웃이나 힘들어 잠 못드는 환우들에게도 풀잎 속으로 스며드는 조용한 빗물처럼 따뜻한 햇살이 전해지리라는 내 마음 속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보자.
가을비와 친한 친구들 덕분에 즐거운 감상에 젖은 한 때였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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