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울산에 있는 지인이 찾아왔다. 4개월전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이상이 발견되고, 암이라는 검진의사의 소견에 따라 서룰 빅 5에 속하는 종합병원의 유명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말 한마디 못나누고 3개월 후에 다시 보자는 말 한마디만 듣고 나왔다고 한다.
환자는 해당 명의라고 소문난 전문의에게 진단과 치료를 받기를 원하며, 자기를 담당하는 의사가 처방하는 치료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의사는 환자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모두 세세히 알려줄 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국민들의 명의탐방의식이나 저수가의료정책과 같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의료체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위로를 해주었다.
그래서 우리의 발전된 인터넷 환경이 알고 싶은 의료정보의 공유와 환자모임을 통한 소속감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같은 건강 문제를 지닌 환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장기적이거나 복잡한 치료에 대처하는 방법을 서로 배울 수 있고, 치료법 연구를 위한 임상시험환자로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환자들의 모임에서는 치료에 대한 경험과 전반적인 건강관리체계에 대한 경험 뿐만 아니라 환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의사들이 줄 수 없는 종류의 도움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삶의 과정에서 어떤 중대한 일을 겪는 사람들은 그런 일을 겪는 사람이 자기 혼자 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게 되고, 증상이나 치료 등에 대해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생각들을 무엇이든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다.
서로간의 이야기들 중에 치료 계획에 있는 복잡하고 매우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도 하는데, 모두가 서로 함께 노력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전통적 의사-환자의 관계에 따른 방법보다 환자들의 자료를 훵씬더 잘 모을 수 있다.
환자 모임에 가입함으로써 의학계에서는 사생활 보호 규정 때문에 불가능한 개방적인 자료의 공유를 통해 의사에게서는 들을 수 없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도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속하게 되는 작은 집단 내에서도 사생황보호에 관한 암묵적인 규범이 있지만, 위기를 맞고 있는 환자들의 모임에서는 서로를 위한다는 입장에서 개방의 철학이 더 중요한 문화가 되고 있으며, 그것이 또한 인간적인 특성이다.
의사가 정보를 독점하고 숨기던 폐쇄적 문화 규범에서 모든 환자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공유의 장이 만들어짐으로써 서로간에 연결감을 느끼고 고민과 고통 뿐만 아니라 관찰과 증상까지 공유하며 서로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환자 모임은 더 많은 지식을 공개함으로써 더 많은 환자와 연구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그 결과 더 많은 자료를 재결함해서 더 좋은 치료법의 개발에도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
모든 모임은 문화적 전환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악화가 양화를 밀어내듯 기존의 문화적 규범이 새로운 문화적 시도가 성공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충분히 많은 사람이 가입하여 뭔가 가치있는 집단처럼 보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가입하게 되고, 집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의료정보의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환자모임의 이야기는 소셜미디어의 사용에 관련하여 직면하고 있는 지식의 공유가 얼마나 이루어져야 실질적으로 시민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의 한 가지 해결책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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