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대한외과개원의협의회 월례 상임이사회의가 있었는데, 그에 앞서 심평원 진료심사평가 위원회에서 세 분이 오셔서 외래처방 인센티브제도에 대한 설명과 협조가 있었다.
외래 인센티브제도는 환자들의 외래 방문횟수를 줄이고, 처방하는 약품수를 줄여 전체적인 보험급여액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어, 참여한 의사들에게 계량화된 실적 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이다.
사람들이 하는 어떤 행동에 부정적 결과를 결부시키면 그런 특정 반응이 줄어들지만, 부정적 결과를 제거하면 중단되었던 행동이 다시 나타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요즘 많이 발생하고 있는 흉악범죄자에 대해 양형의 수준과 양을 증가시키거나, 학교폭력 가담이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1988년 이스라엘의 하이파에 있는 탁아소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일 때문에 아이를 찾으러 10분 이상 늦게 오는 부모에게 벌금을 내게 한 결과를 벌금을 내지 않은 부모군과 비교한 실험이 있다.
벌금효과는 첫 째주부터 즉각적으로 나타났으며, 늦게 아이를 찾으러 오는 횟수가 대조군의 평소 일 주일에 7~8명에 비해 실험군에서는 한 달이 지나자 일 주일에 약 20건으로 늘었다가 14건 이하로 줄어들지 않았다. 한번 변화된 이런 습관은 벌금제도를 없앤 뒤에도 계속되었다.
벌금제도 전에는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을 포함한 특정행동 규범의 해석에 대해 상당히 불완전한 여지가 존재하는 관계였지만, 그런 관계에 대한 부모의 믿음에 따라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벌금제도는 그런 모호성을 없애고 그에 따른 행동규범도 사라지게 되었으며, 벌금이 아이를 맡기는 행위를 부모와 탁아소 직원의 공동의 일에서 단순히 부모가 돈을 주고 직원의 서비스를 사는 거래로 변질시켜 버렸다.
정해진 시간 이외에 추가되는 직원의 선의의 봉사시간을 부모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상품으로 여기게 되고, 자신이 야기한 불편에 대한 정당하고 충분한 대가라고 여겨 시간이 늦는데 대해 혹시 받을 지 모르는 불이익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에는 피해 당사자의 개인 사정을 존중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피해자를 존중해야할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사건 당사자로 보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한번 범죄자가 바라본 피해자에 대한 시각은 형기를 마치고 나와도 달라지지 않게 된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사회적 논리 밖에 있던 어떤 것들이 사고가 발생하고, 그에 대한 시장논리적 평가가격이 매겨진 이후에는 사고의 성격이 변하게 되면서 사람들 간의 관계를 기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개인적 동기에 가격이라는 사회적 평가를 매기게 되면, 동기를 유발하는 가치가 감소하며, 이전에는 사회에 존재하지 않던 사회적 일의 동기에 대해 가치를 매기게 되면 사람들이 서로를 장기적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상대를 대우하려는 마음이 감소된다.
미성년자 상대의 성매매도 이와 비슷한 예다. 남자가 상대여성에게 지불하는 돈의 의미는 섹스의 대가 뿐만 아니라 섹스가 끝난 후 여자가 깨끗하게 떠나는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어떤 일의 사회적 평가의 효과는 이해 당사자의 행동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에 새로운 관계를 도입하는 사회적 차원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런 공동의 규범과 행동이 새로운 문화로 거듭나게 된다.
양형기준을 높이는 것과 관계없이 흉악법죄의 피해자는 이미 사회적으로 죽은 상태이며, 양형을 마친 이후에도 그 문화는 죽은 상태로 지속될 뿐이다.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것은 어떤 행동을 촉진하거나 억제하여 사회적 환경에 기여하게 할 것인가을 선택하는 일이다. 상호간에 대한 행동을 시장적 가치로만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사회적 인프라에는 소홀하면서 양형이라는 범죄자 중심의 시각을 명문화하는 정책은 자칫 서로를 사회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함께 공존해야할 파트너로 여겨야 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게 만들게 된다.
거래적인 관점에서는 인간 상호간의 작용에 대한 이상적인 가치모델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그런 가치는 오로지 공유되고 상호 통합조정되는 가정들을 통해서 문화의 모습으로만 생겨날 수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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