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49-5]내지무노사(乃至無老死): 이미 무명이 없어져 다하면 죽음 또한 없어진다: '법을 똑같이 본다'는 말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다는 의미다
백화점에 가니 아주 마음에 들어 꼭 사고 싶은 옷이 있는데, 그 옷은 특정한 색깔과 질감, 모양 등이 총체적으로 조화되어 우리 마음에 사고 싶은 '인식'이 들도록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그 옷은 실 한 가닥 한 가닥으로 천을 이루고, 그 천을 어떤 패턴으로 자르고 이어 멋진 옷이라는 형태를 갖춘 것일 뿐이다.
그런 하나 하나의 행동의 시작과 과정과 결과 어디에도 '실체가 멋있는 옷'이란 것이 개입되어 있지 않다. 그냥 사람에 따라 멋지다는 느낌을 가질 뿐이다. 그러니 그 멋진 옷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고, 이러한 사고의 '해체적 방법'을 추론해 들어가면 옷이란 존재 자체의 실재가 허황된 것이라는 말이다.
이 '실재'의 문제는 철학적으로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지만, 불교라는 종교의 사상적 이해는 물론 깨달음을 추구하는 데서도 절대적인 문젯거리가 되는 것이다. 반야심경의 '키 워드'인 공(空)이 바로 이 연기(緣起)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연기란 것은 결국 실재(實在)에 관한 바른 인식(정견正見)을 뜻하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불법은 실재, 즉 실존에 대한 바른 인식을 하는 마음의 훈련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미워하고 사랑하는 두 가지 모양, 내가 제일이라는 모양, 일정한 수명을 가지고 있다는 모양, 이런 자만심의 모양이 바로 중생의 네 가지 모습에 속한다.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전도이며, 그림자나 모양이 움직이는 것은 물속의 달을 건지려고 하는 것과 같다. 법이 있고 부처가 있고, 조사와 성인이 있다고 한 것은 성불하지 못한 중생들에게 보여주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임의로 이름을 붙인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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