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49-4]내지무노사(乃至無老死): 이미 무명이 없어져 다하면 죽음 또한 없어진다: 식(識)의 분별과 인식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형이상학적 혹은 물질적 존재가 명색이다
어떤 종교든 그 종교를 이해시키려는 나름의 용어들이 있다. 기독교의 '세례', '안식', '휴거'등 사전을 찾아보아야 하는 단어들은 오히려 이해하기가 쉽지만, 일상용어와 같이 사용되는 '축복', '은혜'처럼 간단해 보이는 용어들이 실은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불교 용어도 유교와 함께 우리 역사 속에 너무나 밀착되고 녹아 있어서 진의가 곡해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무학(無學)이라는 말도 불교에서는 '배운 적이 없다'가 아니라'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가 맞는 의미라고 한다. 12연기의 식(識) 역시 단순히 '안다'의 개념이 아니라 '안다, 모른다는 생각 그 자체' 즉, 인식의 작용을 일컫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아주 철저한 유식파(唯識派)의 주장대로라면 내가 인식하지 않는 한 어떤 것도 외부에 실존하는 것은 없다. 탁자의 예쁜 꽃도 내가 '볼 때'만 존재하고, 밤하늘의 달도 내가 바라보고 '아, 달이구나'라는 식을 일으킬 때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즉 내 시야에 비치는 이외의 것은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다가 내가 고개를 돌려 인식할 때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 생각 때문에 '있게 되는' 존재를 명색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명색은 인식의 작용이 가져다주는 허상이지 존재의 실체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거 말도 안 된다. 아니, 눈앞에 보이는데도 실체가 없다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바로 그래서 공(空)이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유형, 무형의 것들은 모두 무명과 행을 거쳐 식에 이르러 '착각'과 그릇된 '인식'을 초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체는 없는데 실체가 있는 것으로 단정하게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으로 집착하게 되는 것 말고, 실재 눈앞에 있는 것도 실체를 모르고 집착하게 된다는 의미이고, 그 실체를 바로 보는 게 공이라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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