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 출판사에서 준비 중인 달리기 책과 관련하여 나의 달리기 생활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달리기를 통해 생활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해왔는지에 대한 인생살이와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 인생에서 달리기는 나와 세상을 연결하고 관계를 성숙시키고 발전시킨 명상수련의 과정이며, 항상 자연의 새로운 변화를 즐기고 관찰하며 일상의 권태로움을 일거에 날리고 새로운 삶의 동기로 채울 수 있는 탐색여행의 과정이었다.
나에게 귀가 두 개, 입이 하나 있는 것은 내가 사용하는 전체 시간 중에 66%는 듣는 데 쓰라는 의미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좋은 듣기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관심사와 특이사항, 혹은 즐거움과 근심꺼리,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에 관심을 가지는 업체나 사람들을 만날 때 내가 지키는 원칙은 우리의 기부성 대회에 관심을 두는 이유와 참여함으로써 얻기를 원하는 보상, 그리고 우리가 상대의 원하는 바를 얼마나 들어주거나 충족시켜줄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나름의 기준이다.
그래서 항상 상대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우리가 가진 것을 되돌아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만남의 궁극적 목적은 내가 바라는 바를 얻는 것이지만, 일의 진행과 처리 과정이 상대의 결정이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초점이 상대에게 맞춰질 수 밖에 없으며, 또 그래야 한다.
우리는 소아암 환우들을 돕기 위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여 지금까지 9년간 약 2억 5천만원 정도의 금액을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우들의 치료비로 지원하였지만, 적십자회비처럼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내라거나 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거의 없다.
사단법인 한국 달리는 의사들의 활동은 국민 개개인이 벌이는 개미들의 기부문화의 확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런 필요성을 잘 설명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반응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소아암 친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항암과 회복 가능성에 대한 성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기부에 참여를 하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달리기는 순전히 자신만의 즐거움이나 건강을 찾기 위한 개인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자신과 전혀 무관한 소아암환우를 돕기 위한 기부성대회 참여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염려와 기부로 혜택을 받는 환우들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회복을 위한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는 우려들이 많았고 일부는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개인적 기부문화의 확산이 선진국 진입의 관건이라는 우리의 큰 대의와 잠재적 기부자의 관심이 만나는 마라톤 대회라는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의 교차로가 생각보다 넓다는 사실이 해가 갈수록 증명되고 있어 다행스럽고 고무적이다.
소아암을 앓는 친척이 없더라도, 자신이 왜 그런 병에 걸려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면서 병상에서 고생하는 귀엽고 밝은 환우들의 어려운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기부문화 확산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되어 행복하다.
나는 우리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인생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참가자나 잠재적 참가자들을 만날 때 가지고 있는 원칙은 항상 친근하게 대하되 공식적인 자리 외에 사적 자리를 만들지 않으며, 일과 우정을 혼동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 대회에 단체로 매년 참가해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그들은 나와 친해서가 아니라 우리 대회가 가진 슬로건이나 신념에 동의해 주시기 때문이다. 내가 이것을 잘못 우정으로 오해하는 순간 그들과 우리 대회와의 순한 연결고리는 대회의 목적 자체가 흐려지면서 깨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대회참가를 통한 기부문화의 확산이라는 우리 만남의 본질을 잊지말고, 오히려 그런 공통의 관심분야를 더 확실히 할 수 있는 실체적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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