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머님 돌아가신 날이 되어 기제사가 있었다. 오랫만에 부산에서 막내동생도 올라오고, 서울에 사는 조카들도 참석하여 집안이 그득하였다.
인간은 아주 옛날에 이미 안전한 삶을 위해 독립생활을 버리고 집단을 형성하여 살게 되었다. 경이로운 우주자연 현상과 공포스러운 천재지변에서 집단의 안녕과 복을 빌기 위해 절대자인 신령(神靈)을 상정하고 그에게 음식을 바치는 의식에서 기원한다.
그런 집단적인 구복행위들이 개인에게 차용되어 내 가족이나 친족의 안녕과 화목을 조상들에게 빌고, 은덕에 감사하고 기억하여 추모하는 의식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조상숭배에 대한 개념이 추가되어 정성을 다해 치루게 되었다.
나는 차남으로 제사를 모실 자격이 없지만, 어찌하다 보니 차남인 내가 모시게 되었고, 나머지 조상들은 모두 절에서 모시지만, 부모님 기제사만은 어머님 돌아가신 날 한꺼번에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제사를 모신다. 신위를 모시는 지방은 한문으로 쓰지만, 축문도 한글로 써서 아이들이 제사의 의미를 이해하게 한다.
제사시간도 처음 두 해는 자정이 넘는 순간 지냈으나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입장이라 어둠이 짙어진 이후인 저녁 9시에 제사를 지낸다. 아이들에게도 제사는 차리는 시간이나 차리는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모시는 사람의 정성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예전에는 농경사회가 대부분이라 다음 날 오전에 하루 쉬거나 느지막이 일해도 무리가 없었지만, 요즘에는 저녁에 적당히 쉬어야 다음 날 다시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여 근무할 수 있고, 시간에 쫓기는 후손들의 어려움을 조상님들도 기꺼이 이해해 주시리가 믿는다.
유교적 원칙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세상에 맞게 모든 문화가 변화하기 마련이다. 내가 항상 옳다는 낙관적인 생각이 아니라 잘못되었더라도 정성이 중요하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며, 이런 태도가 나의 삶을 성취와 향상, 그리고 성공의 방향으로 연결시켜 왔다.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환경은 누구에게나 같지만, 똑같은 환경과 문제 속에서 긍정과 낙관을 보는 사람들이나 부정과 비관을 보는 사람들이나 똑같이 자신이 보는대로 결실을 이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이미 죽은 자들을 더 이상 기억하지도 않고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서 더 이상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회로 변해버린 듯하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땅과 그런 땅의 소출인 음식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만큼 자연이나 조상에 대한 의식이 퇴색하게 마련인 세상이 되었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한번씩 생각하고 깨닫고 그런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바쁘고 빠듯한 삶의 와중에서도 나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금 깊이 새기면서 살 수 있게 된다.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부모님을 잊지 않으려 하는 노력이 그 분들의 삶에 누가 되지 않게 살아가려 노력하게 만들고, 언제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는 자세가 살아 숨쉬는 가정을 만들게 된다.
올해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을 부모님에게 보고하고 그리 할 수 있게 키워주심에 감사하고,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을 내년 제사 때까지 고치고 채워서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는 나만의 진중한 자리가 어머님 기제사 날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