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예전에 공직에 있을 때, 가까이 모시던 직속 상관님과 동료들 네 가족이 만났다. 나를 빼고는 모든 분들이 다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다. 우리 삶과 국가의 정체성을 몸으로 지켰고 지금도 지켜가시는 존경하는 분들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내가 의도적인건 아니건 간에, 대부분 의도적이지 않은 언행 때문에 상대에게 이해나 용서를 구해야할 일도 생기고, 이해하고 그냥 넘길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 보면, 그 때 그 상황에서 내가 부당하게(?) 받은 상처 때문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어떤 사람이 준 상처 때문에 더 크게 발전할 수 도 있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나를 합리화시키기도 한다.
나만의 관점에 사로잡혀 이해를 구하거나 상대가 바라는 용서의 절실함이나 방법에도 관심없이 그냥 지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살아오면서 계속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앙금의 대부분은 이해되거나 이해받지 못한 감정적인 일들이 원인이다.
공직에 있을 때 어떤 일로 외국에서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어떤 동료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로 당황한 적이 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은 너무나 애착을 가지고 살아오던 공직생활을 접게 되었다.
그런 삶의 상처는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요즘 미성숙한 소아청소년들 사이에서 너무나 흔하게 이유없이 일어나는 왕따처럼 스스로 자초한 사소한 상처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내가 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억지로라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고 관심을 가지거나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 과거로부터 받은 심리적 경향이 있다.
내가 목표로 하는 일에 대한 기대와 추측,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인정과 애정을 구하는 과정에서 어릴 때의 상처로 인해 자존감과 정체성이 취약해진 사람들에게는 그런 예전의 상처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까지 상처를 줄 수 있다.
정체성은 우리가 흔히 소셜네트워크 기기를 이용할 때 사용하는 ID(identification)과 같은 의미다. 정체성은 나와 너를 구분할 수 있는 하나의 확실한 '그 무엇'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생각할 때 자신과 다르게 드러나는 나의 특징들이 되겠다.
나는 자존심 강한 외과 의사고, 달리기를 좋아하고, 불교적인 사고방식이 어릴 때부터 몸에 베어 있으며, 매사 긍정적이지만 항상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대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나 특징 하나 하나가 모두 '나'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들이다.
가장 큰 국가나 민족적인 정체성의 폭력이 독일의 나치탄압이고, 일본의 대한민국 식민지배이며,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도 결국에는 종교적이고 이념적인 정체성을 집요하게 강화함으로써 발생한 부정적인 결과였다.
우리나라의 선거 때마다 일어나는 지역적이거나 이념적 감정의 편중이나 아랍권의 민주화 투쟁에서도 값싼 자기 본위적인 정체성의 위험을 보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50여일 앞 둔 시점에 바쁜 사람들이 많다. 뭔가 실력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변화를 진정 원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자신부터 행동하고 실천해야할 일이 지금까지 익숙했던 삶의 방식, 심지어 지금까지의 자신의 예전 모습까지 버리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개인의 취향만이 아니라 과거 성공적으로 해왔던 삶의 방식까지도 버릴 수 있어야 진정한 새로운 통합된 전체 세상, 정체성이 살아있는 현실 자체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의식은 알의 세계에 있으면서 행동은 새의 세계에서 하듯이 하는 삶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제발 그런 사람들은 집에서 조용히 국가를 생각하며 기도하거나 손자 손녀를 정말 자신이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키우는데 힘써 주었으면 좋겠다.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것이 내 삶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행동이라고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주어야할 어른들의 책임이자 의무다.
많이 배웠다고 높은 직급까지 올라 갔다고 자신의 능력이 무한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우리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나아갈 때와 들어갈 때를 정확하게 하는 진정한 선배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기 잘 나갈 때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그 분들에게 최소한의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야 진정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잘 나갈 때 스스로 과거와 작별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질 수 있는 능력이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나 내가 속한 조직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비결이다.
달걀이 어미 닭의 품이나 부화기의 편안한 환경 안에서 스스로 부화되어야 닭이 될 수 있듯이, 사람도 세상에서 스스로 일어서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후라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지도자를 잘 뽑읍시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왜 조직에 지도자가 중요한지 리더십이 필요한지 의논하고 서로 이해하는 자리 만들어 봅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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