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능시험이 내일 모레로 다가오면서 많은 수험생들이 긴장하고 힘들어한다. 수능시험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재목들을 키운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다음 달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는 지금 현재의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리는 어느 때부터인가 선거공약은 거짓말이며, 그런 것이 당연하다는 이상한 동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 가짜 부품을 납품하고 버젓이 진짜인 것처럼 국가 예산을 가로채도, 그런 것을 내부 직원의 공모없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도 그저 '나쁜 놈들이구나' 정도로 넘어가는 사람이 태반이다. 공직자와 준공직자는 그저 국민의 혈세를 빼먹는 도둑놈들이라는 인식을 확인하는 정도다.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에 중독되어 있는 국민이라는 말이다. 정직성은 이미 가슴 속을 떠나가고 희미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거짓된 사회를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 정치인들이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면서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킨 일부 공직자들이고, 돈 몇 푼 받고 자신의 양심을 팔아 비리를 눈감아준 뼛속까지 눈감아준 시민단체 운영자들의 공모작일 가능성이 높다.
또 그것과 다른 종류의 어떤 부정행위, 즉 내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저지르는 부정행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저지를 수 있는 부정행위도 있을 수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만든 기업이나 기업가들의 행태도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내가 만약에 그런 부도덕한 자리나 사람, 혹은 기업(의 사외이사같은 역할)을 만났더라도 과연 올바르게 행동했을까라는 자문에 답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의식 속에 나와 큰 관련이 없다면 그저 '좋은 것이 좋다'는 인식이 너무나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부정은 몇몇 썩은 사과들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에게까지 확산된 보편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본다.
소수의 썩은 사과의 문제라면 그것만 상자에서 솎아내면 그 뿐이지만, 상자안의 사과 대부분이 썩어갈 소지가 있거나 그런 과정에 있다면 그것은 인간본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해소가 가능해진다.
내가 일상생활에서 선택하는 결정들은 대부분 비용편익 관점에서의 합리적 분석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일을 눈감아주는 것에 대해 예측가능한 비용이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지, 그런 결정과정에서 하는 나의 행동의 선악여부에 대한 고려는 별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말이다.
음식점이나 약속 장소 근방에 불법주차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주차공간을 찾아 약속시간에 늦지 않은 긍정적인 효과와 불법주차로 적발되어 벌금을 내는 부정적인 효과를 비교하여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 사고(?)의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정치인들이 선거판에서 하는 약속이나 행동은 비용편익관점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이나 계산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며, 그것을 국민들 대부분이 질정부분 용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선거판에 나와 표에 쪼들리다 보면, 우연히 표가 널려있는 어떤 단체를 만나게 되면, 먼저 그 속에 담긴 표를 끌어오는데 필요한 비용편익을 따져 공약을 제시하는 보상으로 지지표를 받을 확률을 계산하여 모른 척할 것인지, 웃으며 다가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모든 문제를 비용편익적인 관점에서만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정치인들의 공약의 동기가 그렇다는 말이다.
합리적인 비용편익효과가 정직하지 못한 행위를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별것 아니라 생각하면서 누구나 정직하지 않은 행동을 저지르게 만드는 다른 비합리적인 요인들이 실제로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누구나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지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관심을 훔치려 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내가 나쁜 일이나 부정직한 결정을 선택하지 못하게 제어해주는 통제장치가 더도 덜도 아닌 바로 우리 사회의 도덕수준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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