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을 하는 12세 소년이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발생하여 진료실을 방문했다. 소년은 모레 앞으로 다가온 경기 준비를 하는 도중에 너무 무릎을 많이 사용하여 허벅지의 근력이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종의 과사용손상이었다.
운동을 쉬어야 한다는 내 조언에 대해 함께 온 어머니의 요구는 이번 경기만 아프지 않고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시합에 나가면 아들이 좋아하는 펜싱을 평생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충고를 전혀 귀담아들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다.
희망은 삶의 불로초다. 희망은 우리가 수많은 목표를 향해 앞으로 달려나가게 만드는 동력엔진이다. 희망이 없다면? 어떤 목표도 추구하거나 달려나가지 못할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목에 걸거나 손목에 차고 있는 큐레이목걸이와 팔찌가 있다. 이 목걸이와 팔찌는 기의 흐름의 균형을 잡아서 통증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질환들도 고쳐준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의 검정결과 큐레이 팔찌는 플라시보 팔찌의 통증완화 효과와 전혀 차이가 없었다. 즉 통증완화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큐레이 신봉자들은 큐레이 팔찌가 기의 흐름을 믿는 사람에게만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과 효능을 측정하려는 과학적 실험이 기의 흐름을 바꿔놓아 신비한 효과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즉 불신에 사로잡힌 과학자와 피실험자들이 팔찌에 나쁜 기운을 보내는 바람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1998년에 11세 소녀인 에밀리 로사는 미국의학협회지에 최연소로 논문을 실었다. 소녀는 기 치료사가 손으로 통증이나 질병부위를 훑기만 해도 상태를 완화하는 기의 파장이 전달된다는 기 치료의 핵심적인 주장을 검정하는 실험을 했는데, 기치료사들이 칸막이를 통해 손을 넣으면 에밀리가 오른 손이나 왼 손을 치료사들의 손위에 놓고 어느 손에서 기가 느껴지는지를 물어보는 방식이었다.
임의로 추측을 하더라도 적중률이 50%는 되지만, 1년에서 27년 경력의 기치료사 21명을 대상으로 280회 실시된 실험에서 치료사들의 적중률은 우연의 적중률보다 낮은 44%였다. 이 경우에도 터무니 없는 행위들이 논박되면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효능이 있으며, 실험 조건이 절차에 간섭한다는 전형적인 주장이 나온다.
사이비 의료는 과학의 근본적인 요건인 반복된 재현이 불가능하다. 과학은 종교적 진리와 달리 권의에 의존하는 주장이 없다. 사이비 의료와 종교는 대개 불멸의 존재가 되고 싶은 인간의 은밀한 생존욕구를 충족시킨다.
유행하는 대부분의 사이비 의료는 생존에 대한 본능적 필요를 자극하기 때문에 유혹적이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여가수가 유방암을 치료하기 위해 심령수술을 받기 위해 필리핀으로 갔던 일은 유명하여 당시 텔레비젼에도 심령술사의 사기적인 행위들이 그대로 중계되어 방송될 정도였다.
우리는 수많은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종교는 영원한 삶을 보장하며, 화장품 회사들은 영원한 젊은 피부를 약속하며, 시이비 치료사들은 완벽한 치료법이 있다고 장담하며, 자기계발서들은 모든 질환이나 욕구, 바람과 필요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한다면서 유사종교적인 믿음의 체계를 형성한다.
시합을 앞둔 선수나 백혈병에 걸린 아이나 유방암에 걸린 젊은 여성들에게는 희망의 근원이 사라지면 절박한 심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운동을 하기 전에 우선 그 운동에 필요한 근력강화 등 몸을 먼저 만들고 나서 운동을 해야 하지만, 사이비 의료업자들은 자기만 믿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쉽게 마음을 사로잡으며, 몸을 망가뜨려 잠재력을 발견하여 최대로 발휘할 기회 자체를 막고 있다.
일반적으로 낙관적이고 희망적일수록 시련을 더 잘 견디고 이겨낼 수 있으며, 그래서 희망은 언제나 다양한 희망상인들에 의해 팔리는 가치있는 상품이다. 유사의료인이나 심령술사들은 절대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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