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날,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날들이지만, 해 뜨기 전의 아침은 시원하기 그지 없다. 나는 거실의 창 안에 서서 켜켜이 포개져 있는 한 여름의 도시 아파트들을 바라본다. 내 맨실을 청량감 드는 바람이 스치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좋으네요." 이렇게 근사한 여름 날씨는일평생 손에 꼽을 정도인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지나가는 바람에 인사를 한다. 넉넉한 여름날 바깥 공기를 쐬고 싶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가능하면 숨막힐 듯 뜨거움으로 물든 강가에 주문이 밀리는 시원한 까페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나는 아무리 가슴이 아프거나 다리가 저릴지언정 운전이 하기 싫다. 두발로만 가고 싶다. 어디든 걸어만 갈 수 있다면 말이다.
강가에 도달하기까지는 마치 철 들지 않는 열 살 세 어린이들처럼 몸은 수직으로 세우고, 훌쩍훌쩍 탄력적 움직임으로 걸어간다.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노인이다.
외출할 만한 체력만 있으면 된다. 나는 길에서 만나는 꾸밈없는 어르신들의 모습들이 좋다. 가벼운 운동복이나 간편복으로 운동화와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물병이 든 가방을 손에 들거나 어깨에 멘 모습이 조금도 나이든 모습이 아니다.
중상층 도시인들의 일상적 외출 모습일 뿐이다. "나가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려고요."라는 모습에 갑자기 나도 따라 나서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나오면 막상 어디로 갈지 잠깜 고민하지만 근방에 세련되고 괜찮는 카페는 없다.
근처 도로가의 어수선한 찻집들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 우리 집이 경치 하나는 끝내주시만, 마음에 드는 찻집은 없다.한강 다리들에 찻집들이 생겨들 있지만 처음에 호기심으로 몇 번 가봤지만 특별히 애착이 가는 분위기가 아니다.
문화가 사라지고 없다. 요즘 강가의 아파트들은 자연 공원 한 가운데 있는 듯, 이곳에 어떻게 이런 풍경을 만들 수 있었는지 감탄스러울 정도로 잘 가꾸어져 있다. 그런 아파트 안 산책로를 걷는 것이 오히려 더 즐겁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기쁜 일은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잊어버리 채 일상의 삶에 풀 빠진 시간들이다. 병이 있는 사람도 자신의 병을 잊고 현재의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그 때가 가장 기쁜 일이다.
뭐든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해진다. 마음 먹기는 그만큼 쉽다. 무언가를 하고자 마음을 먹기 전이랑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힘이 아닌 듯한 강한 흐름, 또는 이끌림을 느끼게 된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이라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진짜로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힘에 의해 살아가는 것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이 앓고 있던 중병에서 회복한 사람들도 주위에서 많이 보게 된다.
그냥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싶을 때가 있었고, 그렇게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고, 저절로 그런 삶에 집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염불이나 달리기를 하는 것도 그런 일의 하나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