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옛날부터 성품이 섬세, 소박하였으며, 낭만적이고 예술적인 자질 또한 뛰어났다. 전해져 내려온 사랑은 바로 우리 민족 모두의 공통분모라 할 수 있다. 역사 속 설화에 나타나는 사랑은 대개 영혼불멸사상을 담고 있다.
설화는 대개 생사를 초월하는 사랑의 힘을 아름답게 표출시키고 있다. 이는 간절하고도 소박한 사랑의 표현이며 또한 우리 조상님들의 바람이었던 것이다. 민요에 있어서도 남녀간의 애정과 환희를 노래한 ‘사랑가’가 전한다.
이 사랑가는 <춘향전>을 비롯한 고소설 속에, 그리고 고시조집 등에 상당수가 전해지고 있으며, 현재에도 많은 사랑가가 구비전승되고 있다. "춘향전"에는 춘향과 이몽룡이 초야에 서로 화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랑 사랑 내사랑이야/동정칠백 월하초의/무산같이 높은 사랑/…… /영평바다 그물같이/얼키고 맺힌 사랑/은하직녀 침금같이/올올이 이은 사랑…"이라 하여, 무산같이 높고, 그물처럼 얼키고 맺히어 풀어지지 않으며 침금같이 올올이 이어진 사랑이다.
우리 민요에도 역시 다양한 양태의 사랑이 표현되어 있지만, 그 대부분은 소박한 사랑의 표현에 그쳐 있다. 미사여구로 과장되거나 침소봉대하여 호언장담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표현이거나 아니면 그 이하로 축소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정든임이 오시는데 인사를 못해/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이라는 "밀양아리랑"의 일절에 우리 민족의 정서적이며 소박한 사랑의 함축성을 찾을 수 있다. 정든 임이 먼 여행이나 온종일 일터나 외출 돌아올 때, 희색만면 반갑게 쫓아나가고 싶다.
하지만 혹시 누가 볼까, 혹은 누가 보지 않는다 치더라도 자신의 애정에 스스로가 부끄러워 겨우 입만 방긋 웃고 마는 표현의 소박성은 만 마디의 애정 호소보다도 더 애뜻하고 순수한 우리 조상들의 사랑 표현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권고는 종교적으로 정부에 관련 정책의 수립을 촉구하기까지 이르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로 그렇게 사랑하라는 계율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랑이라는 개념이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그보다는 마치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하라는 정책으로서의 권고일 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평화는 더욱 가까워지겠지만, 이것이 진정한 사랑은 아니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사랑이라는 말을 빌린 행동 양식이나 정책일 뿐 껍데기를 쓰는 것은 위선이고 위해적인 방식일 뿐이다. 사랑이라는 특정한 방식, 즉 알면식도 없는 사람을 어떤 고결한 감정 하나 없이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일 뿐이다.
충만하고 보람있는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지침을 필요하다. 여기서 자부심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애의 바탕이 되는 창조적 성취를 이룸으로써 아주 귀중한 자산을 가지게 되었지만, 완전한 삶을 살아가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은둔자가 아니며, 오로지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들이 필요하다. 자부심이 높을수록 자기 자신을 사랑할 뿐,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사랑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한 지침이 필요하고, 이것이 예의라 부르는 행동 양식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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