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백색의 성탄절 아침에 집사람과 함께 압구정동 CGV에 가서 조조로 '레미제라블' 영화를 봤다.
배고픈 여동생의 아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옥살이를 한 장발장은 미리엘 신부의 도움으로 지독한 증오와 분노에 가려 자신의 마음 속에 감춰져있던 인간 본성을 깨닫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과 용서로 돕고 베풀며 고아인 코제트를 키우며 살아간다.
형무소에서 태어나 자라 경찰이 된 자베르 경감의 눈에는 모든 범법자들은 모두 인간 쓰레기이며, 공명사회에서 함께 살 수 없은 벌레로 인식하여 제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자신이 결과적으로 인간에 대한 증오로 가득찬 악마가 된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영화보면서 처음으로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에 집사람이 알까 당황해질 정도로 느낌이 많았다. 아마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충분히 나이가 든 탓이리라.
내려놓음과 무한한 사랑의 실천...그것이 인간세상을 밝히는 유일한 등불이자 보약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정직과 공정, 친절과 배려가 우리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의미있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길을 잘못들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지만, 자신의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생각의 포로로 매몰되어 '이왕 이렇게 된 것~!'하면서 어떻게 바른 길을 찾아야 할지 몰라 포기하고 우울해하고 있을 때가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장발장은 자신의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은 사회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내려놓음으로써 사랑과 베품이라는 천사의 자유를 보상으로 얻은 반면, 자베르경감은 인간성의 가치를 도외시하고 오직 한번 범죄자는 영원한 악인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자신의 선한 세상 유지라는 목적과 달리 악마의 탈을 쓴 인간으로 자신도 모르게 변해갔지만 그런 잘못된 길에서 탈출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을 찾아 세상살이의 어려움이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열쇠는 언제나 나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만 않는다면, 잠깐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 환경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당면한 문제와 소중한 사람들과의 충분한 연결감을 통해 어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더라도 항상 곤경에서 탈출할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의미는 이 세상에 있는 나 자신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를 나에게 주는 주체도 세상이다. 겨우겨우 꾸려가는 세상살이에서 속수무책으로 무언가가 일어나 나 자신의 삶을 뒤죽박죽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럴 때일수록 화내고 불평하기보다 용서하고 인내하며 현실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더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함으로써 그만큼 더 성장하게 된다.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고 미워하고 화낼수록 점점더 모질고 가혹해지고 냉정해져서 사회나 세상에 무심한 사람으로 변하고, 세상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자신도 모르게 밀려나가게 된다. 그런 선택은 나 자신이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점점더 선택이 어려워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가정이 현재처럼 안정되기를 원하면 우리 가족이 세상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세상이 한결같기를 원하면 세상을 구성하는 무언가들이 세상의 엔트로피에 대응하여 항상 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이 바로 변화 그 자체다.
세상살이가 힘드는 이유가 눈 깜짝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급격하게 변하는 요즘의 삶과 세상에서 기회와 가능성을 붙잡을 시간 또한 점점 더 속도가 빠르고 짧아지고 있다. 그만큼 나는 누구인지, 나의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어떻게 그런 가치를 실천해야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내려놓음을 통해 나의 진면목, 즉 참모습을 알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존경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당연히 나의 삶의 의미를 더 많이 인식하고 마음 속 사랑과 세상의 평화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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