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소아암환우돕기 제10회 서울시민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 2월 월례회의가 있었다. 우리 같은 비영리법인은 집단적인 근검절약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대회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우들에게 지원하고 나면 여유있게 조직을 꾸려갈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회의비도 조직위원들이 1만원씩 내어 지출하는 정도로 효율과 절약이라는 단어를 항상 마음 속에 담고 '우리는 하나'라는 태도로 지내온 사실을을 다들 매우 가슴 뿌듯하게 여기고 있다.
전체의 수치가 한 팀의 예산이나 성공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전체 수치를 낮추기 위해 기꺼이 한 마음으로 자기 몫을 해내는 것이 우리 조직위원회의 구석구석 배어있는 재무적 책임의식이자 문화다.
해가 갈수록 기부성 행사는 운영상의 뚜렷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 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린다"는 슬로건에 맞게 운영비를 최소한으로 줄여 기부액을 최대로 늘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것은 낭비라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꼭 필요한 것'과'없어도 될 것'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슬로건에 '적절한 것'과 '적절하지 않는 것'의 개념으로 필요한 비용을 결정하게 된다.
예산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이듬해 대폭 깍아버릴까봐 걱정이 된 정부부처들처럼 절약을 두려워하고 해당회계연도에 할당된 예산을 모조리 집행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는 기부라는 목표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누군가에게 개인적 호의로, 혹은 그 일을 하고 싶어하는 조직위원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낭비적 사안에 예산을 할당해줄 여력이 없다.
우리 대회에 협찬을 하는 사람은 소아암 환우들을 돕는다는 지정기부의 형태이기 때문에 기부자의 의도에 따라 그 돈을 써야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기부자에게 그 돈의 일부나 전부를 돌려줄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용도가 제한된 협찬금보다 제한되지 않는 대회 참가자들이 내는 참가비를 훨씬 선호한다. 기부라는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우리 대회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홍보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다.
용도제한 자금과 자유용도 자금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매우 까다롭지만, 비영리 사업에서는 아주 좋은 점도 있다. 소득과 비용 사이의 균형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예산책정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정 기부금과 용도가 자유로운 참가비, 매년 달라지는 참가자나 기부자, 불확실한 경제, 줄어드는 마라톤열기, 다른 운영상의 심각한 문제들을 고려할 때, 우리는 돈을 버는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보다 더 인색하게 굴게 된다.
어떤 때는 예산 책정 자체를 버릴 때도 있다. 연중 수시로 예산 제약을 받으며, 전혀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산의 획득과 사용에 대한 창의성이 필요하고, 이런 끊임없는 변화가 곧 비용에 대한 모두의 경계심을 유발하게 된다.
우리 같은 비영리 단체는 생존을 위해 대중의 신뢰에 의존해야 하고, 그래서 투명성이 비영리 단체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투명성을 유지하면 대중의 신뢰와 함께 이해당사자들의 신뢰까지 유지할 수 있으며, 모든 조직원들이 예산 한 푼의 용도에 대해 오랫동안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