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내가 잘 나가던 공직을 버리고 개원을 하거나 달리는 의사들을 만들거나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를 개최하거나 청년꿈살리포럼이라는 것을 만들어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믿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왜 그랬어?"하는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거나 괜찮은지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동기는 아마도 평소의 나의 세상살이에 대한 조용한 성격이나 공직에의 열정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한 것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사람들보다는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한다는 점이었고, 그런 점에서 지나온 삶의 과정이 조금 더 수월할 수 있었다.
내게 부족한 근기나 타고난 머리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어슬렁거리는 자세가 아니라 노력하는 태도로 채우려고 했다. 언제나 포기가 아닌 노력으로, 좌절이 아닌 도전으로, 떠밀리기보다 주도적으로,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으로.
인생살이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환경이나 여건, 혹은 돈이나 수단이 아니다. 물론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삶을 준비하는 평소의 태도다. 태도에 따라 어려움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라톤 대회에 처음 출전하거나 고산등반 원정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날씨 덕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무엇이든 도전이 어떻게 끝날지는 그 날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는 말이다.
날씨 덕을 봤다는 것은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내가 이 말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거나 특별히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과는 무관하게 나의 사고나 행동 방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어떤 우연한 계기로 인해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는 순수한 행운도 있지만, 그런 행운은 체계적인 준비에 따른 행운과는 전혀 다르다. 나는 체계적인 행운에 관심이 있다.
내 달리기 후배 중에 고산등반 중에 동상으로 발가락을 절단한 친구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친구가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위로 했지만, 나는 그 친구가 고산 등반 중에 아마도 신발을 한 치수 적은 것을 신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장거리 마라톤처럼 산에도 올라갈수록 보온을 위해 양말을 덧신어야 하는데, 신발 크기가 적절하지 않아 발가락을 동상의 위험에서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후배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잘 수용했고, 발가락이 없는 상태에도 몇 번 더 고산등반 소식을 전해주었다.
절단된 발가락 때문에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대신에 남아있는 발과 고산등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줄 하는 그 후배처럼 삶의 도전은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런 상황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인생살이에서도 준비가 체계적으로 철저할 때는 모든 가능성이 나를 쫓아오고,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책을 보여주거나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이 찾아온다는 긍정적인 놀라움을 더 흔하게 경험하게 된다.
준비가 철저하지 못할 때는 뭔지 모르지만 항상 승산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 배가 고픈 것을 급수대에서 해결하면 근육통이 오고, 속도를 줄이면 남은 거리가 막연한 공포로 나를 짓누르는 것처럼 불운이 나를 쫓아다닌다.
성공과 실패는 운이 좋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그 일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 내가 어떻게 하는지와 관련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삶의 과정에서 힘든 상황은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고, 문제는 그런 상황이 닥치기 전에 무엇을 할 것이고,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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