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의료관련 매체와 거의 네 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다. 외과 개원의의 부정적인 현실에 얽매인 나 스스로 나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외과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 의사나 국민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애초에 잘못 설계된 의료제도 때문에 자부심 강한 유능한 의사에서 능력없는 무능한 의사로 스스로를 낙인찍게 될 줄이야...!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두려워하지 말고 나의 위대함으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도전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기는 참으로 쉽다는 것이다.
나의 가능성을 실제보다 더 낮춰서 보는 것이 현실 생활에서 겸손한 미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열등감과 위대함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대함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나의 왜소함에 대한 것이다. 물론 내가 전체 외과의사들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어떤 모임에서 앞줄에 서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감이 큰 사람들인 것은 확실하다.
내 아이들에게도 항상 스스로를 세상 사람들이 찾는 우수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재로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실현될 가능성보다 더 윤택한 삶을 살게 되고, 스스로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사람으로 믿게 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이들이다. 자신의 위대함을 두려워해서 자신의 모습을 실재보다 더 작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이런 마음 속 두려움이 작은 목소리로 '지금이 포기해야 할 때'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것이다.
그냥 이쯤에서 적당히 만족하고 그만 두어도 충분하다고 자위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비범함을 버리고 평범 속에 주저앉음으로써 자신의 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여러 가지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일상의 삶에서 나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기보다는 과대평가하는 데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실패했을 때 사람들이 보일 두려운 반응에 미리 질려서 눈 앞에 나타난 기회를 기를 쓰고 쫓아가기보다 애써 눈을 돌리고 그대로 놔두는 일들이 흔히 있다.
'내가 이 일을 실패하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번씩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의 대답은 '신경쓰지 말자'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면 나라도 지금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좋은 것이니까. 부정적인 생각만 하면서 그냥 소파에서 텔레비젼 리모컨만 조종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사회 조직 속에서 두드려져 보이는 것에 나는 많은 거부감과 불편을 느끼는 편이다. 남과 다른 것은 괜찮지만, 남다름이라는 것에 종종 현실적인 경계선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웃사촌보다 더 나은 벌이, 더 높은 지위, 더 멋스러운 삶을 원한다. 그런 외형적인 것보다 나는 기존의 관습과 다르게, 다른 길을 따라 나의 위대함에 도전하는 삶의 방식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다.
우정이 끝나는 흔한 이유가 친구보다 더 성공하거나 달갑지 않은 방식으로 친구보다 두드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이웃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기 때문에 잘 나가지 못하는 쪽에서 관계를 끝내게 된다는 말이다. '순리로 따지면 친구가 아니라 내가 그 땅을 사야 맞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조금 더 나은 것, 조금 더 신나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두드러지거나 너무 알려지는 것은 곤란하다. 두드러지는 것에 너무 익숙해지면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커지거나, 너무 달라지면 사람들은 이유없이 변절이나 차단으로 해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닫힌 문을 열고 나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회조직에서 이웃사촌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두드러지지 않게 사이즈를 맞추는 일이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 지불해야할 일종의 가입비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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