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은연 중에 자식들이 나이를 한 살 더 먹던지, 아니면 학년이 한 단계 올라갈수록 좋지 않은 낡은 습관은 버리고 더욱 좋은 새로운 습관이 덩달아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예전의 나의 부모님들도 그랬다. 습관이 아이의 자유와 독립성을 막기 때문에 어떤 일에 습관이 형성되거나 붙게 놔두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구속과 비슷해서 바람직한 발달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달리기나 일정약속처럼 해야할 일이 일상의 틀 속에 더 많이 들어가 있을수록 다른 일을 처리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더 많이 생긴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지거나 학습된 행위가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으로 표현되는 습관은 타고난 성격적 특성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단히 자연스럽고 거의 자동으로 습득되는 것으로 내가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의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도구와 같은 것이다.
군인들이 구보를 하거나 총검술 훈련을 하는 이유도 결국은 전투에서 자신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습관적 동작을 최대한 몸에 많이 익혀두는 과정이다. 전쟁상황에서는 결정하고 처리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 고민할 일이 적을수록 유리하다.
나는 매일 아침 거의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아침 일과를 마치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달리면서 그 날 아침에 쓸 글의 내용을 정리하는 식이다. 그래야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어딘가 현학적이고 융통성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한번씩 여행이라도 다녀와야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속세에서 수행하는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지겹거나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일정하게 유지되는 일과 덕분에 일상의 리듬과 내적 고요함을 쌓는 바탕이 되어 주기도 하고, 사이사이 틈이 생기거나 충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장거리 달리기에서의 몇 분이나 몇 시간은 다른 때보다 더 힘들어 생각할 시간조차 없을 때도 있다. 폭설이나 폭우, 고온이나 저온, 오르막이나 자갈길 같은 외적인 상황이 몸을 지치게 만들어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일상의 규칙적인 삶이 특히 더 중요해진다.
익숙한 일상의 틀 속에 몸과 마음을 맡긴 채 편안하게 따라가다 보면, 어떤 순간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는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고도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잡다한 다른 생각없이 그냥 따라갈 수 있는 정해진 뭔가가 있다는 것 좋은 일이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경제적 효율성의 법칙이 일상의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생활의 어려움 중의 하나는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지 못하면 항상 생존의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최대한 단순, 간결하게 수행해야 거기서 생각할 시간을 얻고 더 많은 것을 긍정적 경험으로 흡수할 수 있다.
인생살이의 모든 것이 순수한 무에서 나오는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다. 세계적인 유명 예술가나 과학자, 발명가, 운동선수들이 일상의 삶을 벗어난 일탈의 상태에서 자신의 최고 업적을 만든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자신의 일상적 일에 집중하고 파묻혀 몰입한 결과다.
체계적인 일과로 절약한 에너지를 자신의 창조성을 발휘하는데 사용했기 때문에 자기만의 독특한 인생작품을 창조할 수 있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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