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남산을 한 바퀴도는 삶의 체험을 한다. 오르막의 고통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편안함, 그리고 내리막 길의 경쾌함은 세상살이의 즐거움과 똑같다.
산의 정상에 서면 세상의 공평함을 느낀다. 도시 공기의 그을린 색깔과 끝없이 이어지는 평평한 지평선과 그와 만나고 있는 지평선 위의 파란 하늘...이다. 나날이 이어지는 매일의 일상에도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조금도 변하지 않는 외적인 모습이지만, 나와 주위 환경과의 관계는 항상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살아갈 몇 년의 시간과 지금까지 살아온 60여년의 흔적만이 나의 삶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매일을 구성하는 하루는 단순히 낮과 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차만별의 순간들로 구성되고 있다.
맑은 날 보이는 거대한 세상 풍경과 자연의 색깔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의 모습 뿐만 아니라 평평함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흰색은 순수, 빨강은 열정, 초록은 희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내 눈에 보이는 계절이나 소음, 혹은 대기의 오염 정도에 따라 변하는 세상의 색깔에 따라 순수와 열정과 희망을 상상한다.
세상의 고요함은 생각보다 심오하며, 나는 그런 고요의 소리를 다른 모든 소리보다 더 명확하게 듣고 느낄 수 있으며 더 즐기게 된다. 집에서 들리는 세상의 여러 소리들과 산에서 느끼는 세상의 고요함은 다르지 않다.
산의 시끄러움이 세상의 모든 시끄러움을 빨아들인 듯할 때가 있다. 나는 그 시끄러움을 듣고 시끄러움을 느끼며, 그 모든 것이 끝없이 이어질 것처럼 영원하고 한계가 없음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세상에 익숙해지면 소리없는 조용한 공간이 위협적이거나 무서운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단 몇 분만에 끝나기는 하지만...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대부분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야외에 나와 있으면 지금 그 속에 빠져들어 내가 있는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세상살이에서는 내가 둘러볼 힘이 남아 있는 한 항상 매 순간마다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정해진 몇 시간의 시간 동안 지평선 너머에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된 상태에서 내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은 나와 내 주위에 있는 것들 뿐이다.
그런 고립된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더 그런 기회와 느낌들이 강해졌고, 점차 내가 무엇을 그들에게 주고 어떤 것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내 생각을 내보내고 그에대한 생각을 다시 돌려받는 식의 대화가 가능해졌다.
자연 앞에 내가 느끼는 왜소함과 그에 반비례해서 커지는 내면적인 위대함 같은 느낌이다. 불안과 즐거움, 잘 아는 길에 대한 편안함이나 안도감과 실망, 아름다움과 아픔을 겪기도 하고 삶에 대한 질문과 답을 나누기도 한다.
사람보다 자연에 대한 친밀감을 더 느끼며, 나 자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보상을 경험하기도 하며, 힘든 육체적 노력에 따른 정신적 즐거움을 느끼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칠 만한 꿈과 도전의 대상이 여전히 존재함에 힘을 얻는다.
선지자들처럼 위대한 삶의 진리는 발견하지 못하지만, 그런 분들의 삶의 고뇌는 대단히 중요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세상살이에 대한 공상과 상상의 과정에서 떠오른 단어들이 나의 삶을 얼마나 값지게 만드는지 이해하게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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