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공식적인 올 봄의 마라톤 시즌을 여는 동아마라톤대회 날이었다. 많은 주자들이 자기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42.195km를 달리며 스스로의 훈련과 준비를 평가했다.
어릴 때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말을 잘하거나 잘사는 집 자식이거나 축구를 잘하고, 잘생기고, 사랑받는 아이가 되고 싶었다. 좋은 목표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철이 들면서 어느 것도 내가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상형을 갖는 것과 누군가와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다르다. 사람은 원래가 서로 다른 데다 내가 모방하고 싶은 사람 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연예계를 동경하거나 스포츠 선수가 되거나 전문가를 위한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을의 기본적인 목적은 돈과 명성을 단번에 얻기 위해서지만, 누구도 돈많은 연예인이나 스포즈맨, 혹은 전문가가 되지는 못한다.
유행의 최첨단에 서서 다른 사람과 비교를 통해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려는 사람도 있다. 품질과 디자인이 다른 사람의 것을 능가하는 획기적인 패션이나 상품을 구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항상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강하지 않아 불만에 빠지거나 사기가 꺽이게 된다.
살다보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 부딪친 나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으면서도 남과 비교하는 일은 우리가 끊임없이 빠져드는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다. 그런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빠져드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풍요로움을 목표로 하면 내 재산이 늘어나면 비교 대상들의 재산도 늘어나고 그래서 내가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가지려는 욕망이 생기고 그 결과 내가 가진 것과 상관없이 나는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제로섬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온전한 책을 최소한 한 권 써내던가, 우수한 마라토너가 되려면 그렇게 되기 위한 충분한 훈련을 통해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주로 위에서 엉뚱한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은 많은 주자들을 볼 수 있다.
어쨌던 모든 주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실력있는 주자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상대로 엘리트 주자의 흉내를 내면서 즐거워할 수는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세상의 많은 것들이 막상 해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이루기 쉽다. 나는 나의 삶이 모든 관련된 것들 '때문'이 아니라 그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식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외과의사로써 수술을 포기하고 외래진료만 하면서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를 개최하거나 청년꿈살리기 포럼을 운영하거나 달리는 의사들의 모임을 통해 주자들과 마라톤 대회의 안전하고 즐거운 달리기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것도 결국은 내가 그것을 시도했고,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래 열심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삶의 과정에서 내가 목표들을 쫓아온 것이 아니라 목표들이 내 뒤를 쫓아왔다는 말이 맞다. 어떤 목표를 추구하면서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해 멀리 돌아가는 수고를 감수하려 않으려 했다면 나는 아마도 실패했을 것이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주자로써 달리기를 통해 존경을 받거나 매력있는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달리기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열심이 달리고 훈련을 하며, 주자들과 여러모로 친분관계를 쌓거나 유지하며, 다른 주자들을 위해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를 많이 해야 비로소 좋은 마라토너로 인정받는 기회가 찾아온다.
그런 기회가 내 뒤를 따라온다는 느낌이 드는 한 나는 내가 지금까지 옳은 삶의 길을 달려왔음을 확신할 수 있지만, 기회는 나타나지 않고 목표를 쫓아가면서 쉬운 장애물만 뛰어넘고 있다면 그 때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의미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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