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일락 향기 짙어지는 5월이네요.
등 시린 바람 떠난 자리
꽃들은 할 일없이 피어나고
눈꺼풀 축축하게 부풀어 오른 나는
노우란 개나리에 발길질해대며
투명한 하늘 향해
냅다 돌멩이를 던져봅니다.
존경하는 원장님,
왜냐고 묻지는 마세요.
괜히 날카로운 내 성질
대폭발 하여 인명 피해가 날 수 있거든요.
물론 처방이 없는 건 아니죠.
거품 가득 부풀어 오른
쌩 한잔이면
푸른 5월은
온통 라일락 향기 가득할 거라 믿습니다.
2.
이제 망네이 한 놈 남네요.
그놈마저 품을 떠나면
5월 꽤나 허전하겠지요.
그렇다고 평생 붙잡아 델고 살 수도 없고
그냥 섭섭지 않게 마음 달래며 보내세요.
그렇게 생은 피고 지는 것
우리 이제 저 만치
노을 따라 걸어갑시다.
5월4일 토요일 큰놈 장가 잘 보내시고
나랑 둘이 훌렁 배낭 하나 메고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는
그곳으로 떠나갑시다.
다만 잠은 제발 따로 잡시다.
괜히 어둠 핑계로 내 속살 더듬거리면
즉시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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