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이미 깨달음을 얻으신 분으로 어떻게 살아가시든 걸림이나 허물이 되지 않을텐데도 불구하고, 그토록 검소하게 살다 가신 까닭이 무엇일까? 부처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 제자들이 세속화되거나 세상사람들이 불법에 대해 오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의식주와 걸음거리 하나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청정한 계율에 따라 한 치 빈틈도 없이 살다가신 것은 결코 계율에 얽매여서가 아니라 미래의 어리석은 중생들이 오해하여 자신의 수행부족의 핑계거리로 만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시며 모범을 보이신 것이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자기를 상실하고 온갖 오염으로 겪고 있는 시련과 사회적 병폐에서 벗어나는데 불교적인 인식과 생활습관이 주체적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회가 처음 열리는 날 아침 불현듯 말없음 속에 보이시는 부처님의 후대 제자들을 위한 진실한 사랑을 느끼고, 간절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최대의 공경과 찬탄을 표현하고 있다.
선남자 선여인은 누구를 가리키는 말일까? 첫째, 과거로부터 구도심을 내어 열심히 마음을 닦는 공부를 해오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며, 둘째로는 이 세상에 태어난 후에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어보려는 보리심을 일으킨 사람을 가리킨다. 과거 아무리 두터운 업장을 쌓았거나 세속적인 천인공노할 죄인일지라도 자신도 한번 깨달음을 얻어보려는 마음을 일으킨 사람도 모두 해당된다. 수행의 관점에서는 어떤 재물이나 명예보다도 바로 이 보리심을 낸 사람들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비록 작지만 아주 소중한 깨달음의 씨앗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깨달음을 향해 일으킨 강렬하고 간절한 마음을 원력이라 하며, 이 원력이 하나의 씨앗이 되어 언젠가 싹을 틔우게 될 것이다.
군의관들의 인사에 돈이 매개로 작용할 수 없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원력이 바탕이 되어 전후반 교류의 전산화를 이루었고,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을 개최하여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나의 원력이 힘이 되어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는 것과 같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라도 자신의 상태를 올바로 이해하고 건강에 대한 간절한 원력으로 노력하면 결국에는 건강을 회복하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원력은 조금씩 빛을 내게 되는 것이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듯이, 마음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깨달음을 성취하겠다는 초심을 끝까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물과 명예를 구하는 것이 목적인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재물과 명예에 집착하는 마음을 적절히 통제하고 깨달음을 얻는 수행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인지가 핵심이 된다. 제 3장부터 이제 진정한 마음을 비우고 버리고 유지하는 법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하나씩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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