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3-6]3장. 대승의 바르고 으뜸이 되는 내용: 제도한 바가 없다.
이 세상의 참모습은 있고 없음을 떠나 있다. 있는 것(내가 인식하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인식이 되었다가 인식이 되지 않으면 "없다"라고 생각하는 데서 "생기고 사라진다"라는 견해가 만들어진다. 양쪽을 통털어 보면 사실은 있고 없음도 아니고, 생기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인식하는 것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착각이 없어지면 존재와 비존재가 없어지므로 생멸(生滅;생겨나고 사라짐) 유무(有無;있고 없음)가 없는 완전한 깨달음의 세계에 들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삶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지 느끼고 공감하게 되면 '우리'와 '그들'로 대상을 나누는 경향을 완화할 수 있다. 공감은 보통 의미있는 인간관계의 뿌리이다. 상대가 나를 공감해 줄 때, 내 마음 속 존재가 상대를 위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곧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이며 감정과 욕구가 설 자리를 가지게 된다. 공감을 통해 상대가 나의 내면, 특히 의지와 감정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공유한다는 확신을 얻게되고, 긍정적인 기분이 되어 갈등이나 분노가 줄어들게 된다.
공감은 상대의 의견이나 생각에 대한 찬성이나 동의와는 다르다. 내가 상대에게 공감한다고 해도 내가 바라는 바는 다를 수 있으며, 나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의 마음 속이 어떤지 무엇을 염려하는지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관한 정보를 얻는 과정으로 내가 모든 존재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내가 옳다거나 잘 안다"는 사실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나의 견해에 갇혀 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감은 상대와 현재의 상태에 그대로 머무르기 위한 반응 양식의 하나로 상대를 불쾌하게 하거나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적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다. 상대에게 공감해 줄 수 있는 의지를 나누어 주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관용을 내포하고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이니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지만, 서로 내 것이라거나 내가 해주었다거나 하는 일체의 분별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고, 상대가 목표를 성취했을 때 마치 내 일처럼 같은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보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일체 중생을 구제하겠다고 마음을 내고 그렇게 실천하는 것"이 부처님 제자들의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하겠지만,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짓지 않아 일체 모든 것이 나와 한 몸이니 "내가 너를(중생을)구제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스스로를 단련하고 수행해야 된다는 의미다. 세상의 일체 모두가 존재와 비존재의 둘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존재와 비존재의 형식을 떠나서 존재하며,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양으로 완전한 것이다. 이 세상은 인연 따라 움직일 뿐, 내가 생명을 분리해서 보니까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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