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여름 등산반 후배들과 함께 너무나 잘 아는 코스인 영남알프스 종주등반을 갔다가 비와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같은 곳은 계속 맴돌며 헤맨 적이 있다. 세 번째 같은 곳으로 돌아와 길을 잃었다는 사실에 심한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소위 말하는 환상등반이었다. 등반 중에 짙은 산안개에 휩싸이면 시계가 차단되어 정확한 지형 판단을 하기 어렵고 방향을 잃고 등산로를 이탈하게 된다. 높은 산에서 거리감이나 방향감각을 잃고 잘 가고 있다는 환상 속에서 길을 잃고 조난당하기도 한다.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였고 옷들은 다 젖었고 아직 경험이 미숙한 후배들은 빨리 야영지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식사를 하고 보온을 해야 할텐데, 자칫 비박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 올라오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길을 바로 찾기 위한 시도를 하기로 하고, 마치 야생동물이 된 것처럼 온몸의 감각을 최고로 일께워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강렬한 책임감으로 헤매다 마침내 지금까지 지나쳤던 갈림길을 발견하여 무사히 등반을 성공할 수 있었다.
살아오면서 나는 그 때의 일시적인 무력감과 낭패감을 잊어본 적이 없다. 삶에 힘이 필요할 때는 나 자신에 대해 진정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강한 존재임을 회상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기도 한다. 강하다는 것은 심장이 뛰며 밀어부치는 육체적 부하가 아니라 더 조용하면서도 수용적인 의지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강인함에는 열정과 의지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군인들이 집단 행진을 할 때처럼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내밀어 어깨에 약간 힘이 들어갈 정도로 긴장을 유지함으로써 열정과 의지를 강화할 수 있다.
배우들이 어떤 감정에 해당되는 표정을 짓기만 해도 그 감정이 고조되는 것처럼 강임함과 관련된 근육의 작고 은근한 움직임에 친숙해지면 살아가면서 수시로 더욱 강한 삶의 열정과 의지가 솟아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명상을 하는 것처럼 살아가면서 의도적으로 강임함의 감각을 느끼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은 이유는 누군가 어떤 대상에 이기려는 의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나 자신의 의지를 더욱 열정적으로 활활 불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상황을 상상하며, 호흡이나 팔다리 근육에서 전해지는 강인한 열정을 마음 속으로 계속 강화시키는 과정에서 의식을 도전적인 상황으로 이끌어낼 수 있게 된다. 굳은 마음을 유지하면서 힘든 조건을 감지하고 중심을 잡고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게 된다.
괴로움의 원인을 약화시키고 행복에의 의지를 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지란 명확하고 분명한 목표를 향해 강인하게 나아가며 오랜 시간 같은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의지는 욕망의 한 형태이지만, 욕망 그 자체는 고통의 원인이 아니므로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건전한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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