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거나 그렇게 여겨서 베푸는 혜택을 자비(慈悲)라고 한다. 자비는 우리가 흔히 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기는 연민(憐憫)이나 남의 어려운 처지를 내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기는 동정(同情), 혹은 남의 감정이나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거나 그렇게 느끼는 기분인 공감(共感)과 같은 의미인 사람들 사이의 동류의식을 뜻한다.
다른 사람이나 인간적 속성을 가진 존재에 대하여 그들이 가진 정신이나 감정을 '함께' 느끼면서 경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동정은 감정이입과 구별되는 특별한 의식의 상태를 가리킨다. 소설을 읽는 독자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감정이입이 육체적이고 본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자비나 연민, 그리고 동정은 정신적이며 지적인 성격이다.
자비는 중생에게 행복을 베풀며, 고뇌를 없애주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며, '자(慈)'는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특정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즐거움을 주는 최고의 우정을 의미하고, '비(悲)'의 원래 의미는 '탄식한다'는 뜻으로 중생의 괴로움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괴로움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동정, 그리고 연민의 정을 통해 고통을 없애주는 사랑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느낌이나 감정처럼 감사나 친밀한 애정같은 진심어린 정서들로 돌아가 상대가 고통받지 않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이런 자비는 이기적인 탐욕에서 벗어나고 넓은 마음으로 질투심과 분노의 마음을 극복할 때에만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상대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공감함으로써 상대의 괴로움에 마음을 열고, 동정과 선의가 자연스레 생겨나도록 하는 것이다.
감사해야할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 그저 중립적인 대상,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그리고 또 나 자신에게서 연민의 감정을 느끼도록 매일 노력하고, 자비나 연민, 그리고 동정은 내가 길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이나 동물, 식물, 혹은 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연민을 느꼈다면 그 경험을 의식하고 받아들이자.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에게까지 연민이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는 힘들 수도 있지만, 공부처럼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괴로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똑같은 하나라는 중요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 만물이 서로 얼마나 자세하게 연결되어 있는 줄 알게 된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괴로움을 느끼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면, 연민이나 자비의 감정은 저절로 자연스레 흘러나올 것이다.
친밀함은 공감과 연민을 북돋워준다. 친밀한 관계에서 편안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상대보다도 나의 내적 경험과 의식 그 자체에 주의를 집중하며, 나의 내면적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느낌, 감사 같은 진심어린 정서, 공감, 다른 사람의 괴로움에 대한 열린 마음과 행복을 비는 행위을 통해 연민의 힘이 자랄 수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의 행복을 나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생활, 또는 상대가 행복하도록 노력하는 삶을 말하고, 슬퍼한다는 것은 남의 불행을 나의 불행으로 생각하는 생활이며, 나아가 상대의 불행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 주는 활동이다. 나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아무런 보상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돈을 갚듯이 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고 내가 너인 듯, 너가 나인 듯한 마음으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내가 도와줄 때는 그런 자비심의 발로에서 가능할 수 있지만, 내가 도움을 받을 때는 어떨까? 상대에게 과거에 내가 도와 주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상대는 부담을 느끼고 피할 방법을 먼저 찾게 된다. 그러므로 상대가 나를 도와줌으로써 이익이 될 점을 알려주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남이 자신의 이익에 호소하는 것을 추하게 여길 수도 있다.
남을 도움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호소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힘과 지위를 강조하기만 해도 나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것으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이 자선이나 자비, 혹은 정의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싶어한다. 그것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줌으로써 나보다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인생살이는 모든 것이 상대적이며, 물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래서 사랑을 하든, 도움을 주든, 아니면 도움을 받을 경우라도 나의 관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점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른 자비이자 연민이고 동정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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