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한 낮이 갑자기 캄캄한 어둠으로 변하고 쏟아붓듯 내려치는 천둥번개와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줄기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이나 작은 들풀들의 삶의 의지를 비가 끝난 뒤 맑은 햇살 속에서 경이의 감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네가 이겼구나! 이제 이 다시 뜨거운 햇살과의 시합이 남았구나.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삶이나 생명의 기적이 다른 것이 아니다. 간절한 생명에의 사랑과 희망으로 담벽에 그려넣은 담쟁이의 마지막 잎새 하나처럼 나무를 책임지는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에 천둥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환경의 도전을 극복하고 그렇게 살아남는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다. 길가에 자라는 작은 들풀 한 포기처럼 나도 그렇게 오늘을 살아남아 미래의 기적을 생각한다.
지력은 학습을 통해 배운 지식이고, 지혜는 경험한 지식을 말한다. 학습의 목적이 정보를 나중에 회상하는 것이라면 몸과 감각, 그리고 마음의 완전한 감응이 작용하게 되는 경험은 내가 죽는 날까지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된 기억을 일화기억이라고도 한다. 어떤 일을 경험했을 때의 느낌으로 기억되고 있는 감각가억이 일화경험이 될 때 우리는 마침내 지혜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보고 냄새맡고 듣고 맛보고 느끼는 순간 강한 자극이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뇌에 전달되면 여러 종류의 신경전달물질들이 분비되고 그에 따라 다양한 느낌이 만들어지고 그 결과 어떤 느낌이나 감정으로 특정한 경험을 기억하게 된다. 시험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의 초초함이나 초등학교 입학이나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이들의 설렘이거나 과거의 사건이나 경험과 연관된 감정들은 느낌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화학적 징후를 기억과 결합한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가족이나 형제가 크게 다쳤거나 자식이 태어났을 때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것도 이런 경험과 감정적 느낌의 자연스런 조합에 의한 기억 때문이다. 내가 예전의 기억을 회상하면 뇌에서 이전과 같은 화학물질들을 분비하여 몸에 신호를 보내어 그 때 그 상황의 느낌이나 기분을 똑같이 느끼게 된다.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라는 이유도 이처럼 경험으로 인한 일화기억은 느낌으로 기억되고, 느낌은 늘 어떤 경험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화기억에는 항상 그에 상응하는 어떤 느낌이 있는데, 이런 느낌은 감각을 통해 내가 접할 수 있는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사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내가 접하는 대상은 소수 뿐이고, 감각경험도 익숙한 대상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특정 시기의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가 과거의 이야기를 할 때는 항상 육하원칙에 의거한 자서전식 서술을 하게 되어 책이나 학습을 통해 얻게 되는 의미기억과 다른 회상방식으로 나타난다.
인간이 성공적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우리가 경험에서 배우고 그것을 통해 행동을 수정하여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기억할 때는 새로운 경험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된다. 만약 기본지식이 없다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지 몰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것이다. 지식이 경험의 전 단계로 역할을 하기도 한는 이유다.
일반적은 교육의 순서는 먼저 이론을 배우고 실습을 통해 몸에 체득시킨다. 의학교육이나 달리기 교육에서도 교육과정은 똑같다. 그래야 어떤 행동을 어떻게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책을 통한 의미기억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감각적 느낌을 통해 경험적인 일화기억으로 체득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내 자신을 준비시킬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은 새로운 경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나를 준비시키기 때문에 지식이 많을수록 새로운 경험에 더 잘 대비할 수 있게 된다.
무조건 외워 기억하고 있는 의미기억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거나 실습을 통해 이해하게 되고 그런 기억은 더욱더 강화되어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렇게 이용되거나 강화과정을 밟지 못한 채 그냥 의미기억으로 남은 의미기억들은 잠재기억으로 현실에서 사용됨으로써 강한 일화기억으로 변환되기를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의미없어 보이는 공부를 하는 이유도 삶이 항상 배운 것을 실제로 실습해보는 기회로 활용되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를 쌓고 있다.
경험은 학습으로 배운 이론적 개념을 현실에 맞게 강화하는 과정이다. 경험이 없는 지식은 백면서생의 공부처럼 현실과 상관없는 형이상학적인 것이고, 지식이 없는 경험은 무지일 뿐이다. 이 둘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이 나의 삶에 도움이 되고 사회적인 발전의 초석이 되는 기적 같은 지혜를 만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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