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대화를 나누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내가 한 말만 생각날 때가 있다. 내 생각만 말하려 고집을 피우다 많은 시간을 아깝게 하릴없이 허비한 꼴이다.
귀를 열고 상대의 의견을 듣는 것은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행동이며, 다른 사람의 말에서 사실적 정보나 감정적 뉘앙스 등을 정리하여 말 속에 숨겨진 선의나 장점들을 찾아 내는 일은 그만큼 집중이 요구되는 이유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상대의 견해를 인정해주면 그의 견해를 받아들이겠다는 오해를 살까봐 걱정이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상대의 견해에 동의하건 하지 않건 나와 공통적인 핵심을 찾아 알려줄 수 있다.
상대의 견해를 인정해준다고 해서 나의 의사결정의 자율성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서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협력하는가에 따라 상대의 견해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바보처럼 보이거나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나름대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의견이나 주장들은 이해하고 있어야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과 동의하겠다거나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내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가 겪고 있는 감정적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환자의 모든 행동이나 견해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환자의 기본적인 믿음과 생각을 인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상대에게 양보하지 않더라도 인정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일이 잘 풀리는 것이 당연하다.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를 인정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정하고 싶은 대상을 결정해야 한다.
남여노소 불문하고 나이나 재산, 권위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언가 인정을 받는 것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이 삶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인정은 부모가 자식에게 하듯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내 자리를 확인받는 것처럼은 인정은 항상 쌍방향으로 작용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이 인정이 인정을 만들어낸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사람들은 철로처럼 평행선을 달리는 견해를 좁히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남들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을 인정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역지사지, 즉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답이 되는 이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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