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6-6]6분. 올바른 믿음을 즐기자: 강을 건너면 뗏목은 버리는 법
배도 없는 강가에서 수영으로 건너기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에서 발견한 뗏목을 타고 강을 무사히 건넜다면, 아무리 고마운 뗏목이라 하더라도 뗏목을 가지고 길을 간다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강을 건너주는 뗏목처럼 피안의 강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을 몰라 애태우는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법이 바로 한 줄기 광명이 되어 길을 만들어준다. 다리가 골절되어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없는 사람이 목발에 의지하였으나 다리가 다 나아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으면 미련없이 목발을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강을 건넜으면 미련없이 뗏목을 버릴 수 있어야 참된 수행자의 자세다.
불교는 모두가 스스로 주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아무리 스승인 부처님의 법이라 하더라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상하 혹은 주종으로 굳어지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래서 위대한 스승은 자신에게 의존하는 제자들을 용납하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자신을 뛰어넘어 스스로 주인이 되어 미련없이 떠날 수 있도록 격려와 채찍을 아끼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이 자라 곁을 떠나는 것을 즐거워하듯이 제자의 그런 미련없는 떠남을 가장 기뻐하는 사람도 바로 스승이다.
이제 더 이상 제자가 아니라 부처의 길을 걷는 진정한 도반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사람이 스승이다. 법이란 이런 것이다. 처음에 공부를 시작할 때는 불안함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부처님에게 간절히 의지할 수도 있지만, 공부가 진전되면서 의지심이 줄어들고 나 자신의 두 발로 우뚝 서 보려는 '자기 인생의 독립'을 추구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세우는 속도와 깊게 연관된다. 의지심이 있는 한 진정한 수행의 과정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정법은 스스로를 주인이 되게 하는 법이며, 훌륭한 스승은 끊임없이 제자의 의지심을 칼로 잘라내듯 도려내며, 또 훌륭한 제자는 두 발로 서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스승에 대한 최고의 경배는 자신의 목발이 되어준, 강을 건너는 뗏목이 되어준 그 스승을 유감없이 버리는 데 있다. 자기 독립이 결코 배타적 의미나 단순한 반항의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자신의 스승이 목발이 되어 주었듯, 자신도 기꺼이 주인의 삶을 살려고 하는 다른 사람의 뗏목이 되어 준다.
깨달음의 첫 단계가 바로 부처님과 경전도 깨달음의 길에서는 보조일 뿐, 단지 버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올바른 믿음이다. 올바른 신심을 바탕으로 한 계단씩 올라가면 올바른 이해가 열리고, 이해가 동력이 되어 다신 올바른 실천이 따른다. 수행이 계속될수록 스스로의 체득이 경험되면서 처음 뿌리가 되어주었던 믿음은 나 자신의 깨달음 속으로 완전히 용해되어 버린다. 스스로 깨달았기에 공부를 계속하는 것일 뿐, 더 이상 부처님이나 법을 향한 믿음 때문에 공부하지 않게 된다. 의지심의 완전 극복은 부처님과 내가 둘이 아님을 깨닫은 새로운 주인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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