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좀 심하게 뛰어다니면, 어른들이 어김없이 하시던 말씀이 "쓸데없이 힘 빼지 마라."였다. 먹을 것이 어렵던 시절 힘들게 얻어 먹은 음식이 생산적인 곳이 아니라 허투루 낭비되는 것을 염두에 두라는 의미였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부모들과 함께 밥먹고 잘 살고 있으니까 세상도 그렇게 탈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아무 걱정이 없었다. 한 마디로 철이 없었다는 말이다.
요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하늘이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하며 조상들이 후손을 어여삐 보살펴 주실 것이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나 스스로 책임지고 주체적으로 뭔가를 해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내가 먼저 변하기보다 주위 사람이나 환경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이 아니라 제발 다른 사람들이 좀 잘해주어야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말이다.
'호랑이가 사라진 곳에 늑대가 온다'는 말처럼, 살아가면서 내가 선택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항상 주위에 신경을 써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내 인생은 내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갈지를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세상에 끌려가지 말고 세상을 통제할 수 있도록 내가 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누군가가 이유없이 나를 공격하더라도 그가 내 삶을 망치도록 놔두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힘을 낭비하지 않고 즐기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자세다.
어떤 사람이나 상황에 화를 내는 것은 그 사람이나 상황이 나를 쥐락펴락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 내가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이유없이 휘둘려야 하는가 말이다. "저 사람(혹은 그 일) 때문에 미치겠어!"라며 불평하는 것은 내가 그 사람이나 일 때문에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 동시에 나에게도 그들의 말과 행동을 무시하고 그대로 넘어갈 권리가 있다. 상대의 말이나 생각이 나를 정의하거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내린 정의와 가치를 그 사람에게 말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에 초연한 편이다. 그냥 세상에 대한 안테나를 꺼놓고 산다. 내가 가치를 인정하는 나 자신의 삶의 모습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나 비판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않고 비축하는 방법이다.
설혹 나를 비판하는 사람을 만나도 내가 옳다는 것을 그 사람에게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냥 서로 생각에 다를 뿐이다. 설득이 안될 일로 괜히 말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두면 언젠가 그 사람도 나의 삶을 이해하고 더 이상 비방하지 않게 된다. 내가 내 삶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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