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6-7]6분. 올바른 믿음을 즐기자: 올바른 믿음이 깨달음의 첫 걸음이다.
불법을 공부하고 수행할수록 불법이나 부처님이라는 스승의 존재도 깨달음의 길에서 만나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 진정한 믿음은 영원한 의지처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강을 건넌 뒤의 뗏목처럼 버리는 실천을 해야 한다. 깨닫는 순간 나 스스로가 바로 내 인생의 주인임을 믿기 때문에 부처님과 내가 둘이 아님을 알고 의지심을 완전히 극복하게 된다. 성불의 최대 장애는 바로 의지하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에서 나온다. 의지하거나 어리석은 마음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믿음의 자세이다. 믿을수록 의지심이 늘어간다면 그것은 맹신일 뿐 진정한 수행이 아니다.
내가 쌓은 업장을 돌이라고 한다면 돌을 물 속에 던지면 가라앉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돌을 깨고 갈아 가루로 만들면 일렁이는 바람에도 날아가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깰 수 없으니까 배에 싣고 조금씩 깨고 갈아 없앨 수 있는데, 이 때 돌을 싣고 가라앉지 않게 해주는 배가 바로 불법이나 부처님의 자비심이다. 결국 주체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지혜의 힘을 빌어 끝내는 무거운 돌을 내 스스로 깨뜨리는 것이 바로 주인으로써의 삶의 길이다. 내 업장은 내 스스로 깨뜨려야 한다는 말이다.
부처님이 하라고 했으니까 하고,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하지 않는 것은 이고득락하는 올바른 신앙생활은 되겠지만, 나 자신의 지혜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부처님의 지혜에만 매달리는 것일 뿐이다.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멀어서 나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쉴새없이 변하는 주위의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종속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게 된다. 깨달음의 열매는 대신 주워줄 수 없는 것으로 오직 나 자신이 뿌리고 거두어야 하는 것이다. 설령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렸더라도 언덕에 올라서면 이제는 의지했던 손을 놓고 혼자의 힘으로 가야 한다.
본래 인과는 논리의 틀에서 설명되어질 수 있는 법칙과 간은 것이지만, 전미개오의 깨달음이란 법 자체를 넘어서는 것이기에 논리가 끊어져 버린다. 세상살이의 무기인 분별심이나 논리로서는 그 어떤 깨달음도 체득하기 어렵다. 물이 끓고 있는 뜨거운 냄비에 손을 대면, '앗 뜨거'하며 깜짝 놀라듯 뜨거운 깨달음이 봇물 터지는 것처럼 터지는 것이다. 뜨거울 것이라는 상상이나 뜨겁다는 말만 듣는 것으로는 백 년 세월이 지나도 깨달음은 터지지 않는다. 스스로 주인이 되어 깨달음의 열매를 직접 거두어야 한다.
형상에 집착하면 바로 그 물건에 종속되어 버리고, 나무로 만든 부처님을 법당에 모시면 부처가 되지만, 상황에 따라 군불이 부족해서 얼어죽을 지경이 되면 형상을 뛰어넘어 상황에 따라 군불용 땔감으로 볼 수도 있게 된다. 내 스스로가 주인이 되면 세상을 내가 움직일 수 있지만, 형상에 집착하면 그 대상이 나를 조종하는 주인의 위치로 둔갑해 버린다. 형상에 집착할수록 내 몸을 더욱더 꽁꽁 묶어 스스로를 구속시키는 것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집착의 밧줄을 끊어내는 일, 그것이 인생의 자유를 활짝 열어주는 불법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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