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7-2]7분. 얻을 것도 없고 설할 것도 없다 : 말할 수 없고 생각할 수 없는 불가설 불가사의한 법
법이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기 때문에 어떤 방향을 고정시킬 수도 없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내용을 감히 다 잡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고 법이라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다. 무언가를 함이 없으며, 해도 했다는 생각이 없는 상태를 무위법이라 한다. 오직 현실만 봐요. 가능한 것은 하고 불가능한 것은 하지 않는다. 그래야 마음 속에서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게 된다.
무위법이란 원어는 아삼크리타 다르마(Asa sk ta-dharma). 즉 만들어진 것으로 있지 않은 존재. 곧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존재라는 뜻이다. 지금 눈앞에 현상으로 보이고 있는 존재인 유위법(有爲法;Sa sk ta-dharma)이 아니라, 현상의 배후에 있는 '절대적인 것', '무한한 것',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무규정적인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인연으로 인해 생겨났다 없어졌다 하지 않는 법을 말하는 것이다. 있다가 없어졌다 하는 법이 상대세계의 법이라면, 이 상대성의 원리를 초월한 절대경지의 법이 무위의 법이다.
무위라 함은 모든 법의 진실체(眞實體)를 말하는 것이고, 위(爲)는 위작(僞作), 조작(造作)의 뜻으로서 인연의 조작의 뜻이기도 하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간에 생주이멸(生住離滅),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사상(四相)의 변천을 거치는데, 이런 것이 없고 하는 것이 없고 조작할 것도 없는 경지이므로 무위법(無爲法)이라 하는 것이다. 원문의 asmakrta-prabhvita hyarya-pudgalah를 '구마라집'은 "일체의 현성(賢聖)은 모두 무위법으로서 차별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번역하고, 진제는 "왜냐하면 일체의 성인은 모두 무위법에서 현현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급다는 "그것은 무엇에 의해서인가, 무위법에 의해 성인은 현명(顯明)하기 때문이다"라고 번역하며, 이후 현장이나 의정도 prabhavita를 현현(顯現)으로 번역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좋은 일을 하면 좋은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유상복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부처님이 복이란 허망하고 그 실체가 없다고 하셨다. 복이 없다면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하면 또 부처님께서는 무주상보시를 하면 그 복이 한량없다고 하신다. 무주상 그 자체보다 중생의 마음은 오히려 더 큰 복으로 옮겨가 집착하게 되면 복이란 짓는 일도 받는 일도 없다고 다시 말씀하신다. 왜 그럴까? 생각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형상화되는 것을 경계하게 하기 위해서다. 무유정법 논리도 이런 변증법적 사고의 전개 과정을 통해 안목의 부단한 자기 혁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변증법적인 사고를 통해 이해의 폭이 깊어질수록 세상을 보는 안목과 불경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고정되거나 치우침이 없이 적응할 수 있는 것이 무유정법, 즉 불법의 이치다. 불법은 정함이 있으면서도 정함이 없고, 정함이 없으면서도 또 정함이 있다. 세속의 법은 물건을 훔친 사람은 무조건 나쁘지민, 불법에서는 물건을 훔친 일은 나쁘지만 그 동기가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한 행동이었다면 나쁘다고만 하지 않는 것이 불법의 변증법적 사유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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