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7-4]7분. 얻을 것도 없고 설할 것도 없다 : 깨달음은 이미 내 안에 있다.
물건을 잡을 때는 먼저 물건의 크기에 맞게 먼저 손을 적당히 폈다가 다시 오무리는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게 손을 움직이듯이 우리 생각이나 마음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한다. 마치 부자연스런 손놀림처럼 생각이나 마음이 언제나 부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생각이나 마음을 손가락 움직이듯이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전혀 없던 것을 밖에서 만들어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거꾸로 내지 부자연스럽게 움직여지는 마음의 놀림을 자유자재하게 하는 것일 뿐이다. 자유란 그것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일 따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민이 있다고 하여 고민하며 사는 것을 깨달음이라 할 수 없으며, 되는대로 업장대로 사는 것이 곧 성불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생각에 빠지면 부처님이나 불도를 하나의 돌맹이나 목석처럼 생각하는 형상에 빠지게 된 결과를 초래한다.
형상에 휘둘리지 않는 것, 즉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피부로 느끼고 정신으로 생각하는 여섯 가지 경계에 휩쓸리지 마라는 원리를 세속의 눈으로 해석하여 보고도 못본 척, 듣고도 못들은 척하는 것으로, 또 아무 느낌이나 감흥도 없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런 생각과 행동의 접근은 불도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돌맹이를 신으로 모시는 것이나 똑같다. 형상 없는 상이라는 또 하나의 상에 집착하게 된 결과이다.
단순히 모양이나 형상이 없는 법이 아뇩다라삼막삼보리가 아니라(이렇게 되면 반대로 오히려 더 형상에 집착하게 되므로) 아뇩다라삼막삼보리라 할 만한 법을 얻은 바가 없다는 말이 바른 해석이 되겠다. 더 이상 어떤 형상으로 이해할 수 없도록 생각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무언가를 정함이 있는 것(유정有定)이 아닌(무無) 법(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고 해서 모양이 없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상을 지을 여지 자체를 없애도록 생각의 경계를 끊어야 한다.
중도(中道)나 무아(無我)도 마찬가지다. 중도란 방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나 적용되는 고정된 방향이 아니라는 것일 뿐 각 지점에 서기만 하면 정확한 방향이 나오는 것이고, 무아란 텅빈 것이 공(空)이 아니듯 아무 생각없이 멍청한 것이 무아가 아니다. 무아란 무주상의 상태와 같은 의미다. 원주 위에서 원의 중심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데 동쪽 길이 깨달음의 길이라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서쪽 길이 깨달음의 길이라 할 수도 없다. 어떤 것이 깨달음이라고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었다 할 만한 어떤 내용도 없다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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