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순종적이던 자식들이 갑자기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살아가면서 항상 일방적으로 수동적인 인간관계의 역할에 익숙하던 상대가 어느 날 갑자기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서 당황하게 되는 때가 있다.
권투시합에서 상대가 거칠게 몰아붙이며 쏟아붓는 펀치 세례를 적극적으로 피하지 않고 맞고 있다가 방심으로 방어에 빈틈을 보이는 순간 단 한 방의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전략으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있다.
상대가 무기력하게 맞는 역할에 집중할수록 나는 더욱더 자신감믈 갖게 되고, 그만큼 방어에 허술해지게 마련이다. 상대는 바로 이 틈을 노리고 있는 것이고, 일상생활의 주고 받기 게임에서도 똑같은 덫에 걸릴 때가 있다.
오늘의 삶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내가 현재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인간관계로 이루어지는 세상살이에서 나의 역할은 청중이거나 논쟁자이거나 혹은 해결사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골치아픈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에게는 상담자가 될 수도 있고, 몸이 아파 방문한 환자에게는 치료자가 되고, 함부로 낭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재테크의 자문역을 할 수도 있고, 나보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과의 회의에서는 수용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대부분 이런 일시적인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사실 누구도 그런 일시적인 역할을 나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그냥 상황에 따라 우연히 주어지기도 하고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도 있다.
회의석상에서는 어떤 토의를 할 때는 가장 잘 어울리면서도 상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시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친구나 보호자, 혹은 멘토나 재담꾼 역할 중 무엇이 유리한지 고려해야 한다.
가정문제로 의논을 하던 부부가 싸움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있다. 이 싸움의 발단도 사실은 서로가 상대에게 바라는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임의대로 정해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청취자 역할을 원하고 그런 감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남편은 아내의 입장이 힘들게 보여 도와주기 위해 상담자의 역할을 하려고 하다보니까 말을 끊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게 되고, 그러면서 서로 더 화가 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는 간단하게 아내가 "당신 조언은 고마워요. 하지만 지금은 내 말을 그냥 들어주기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즉시 남편이 자신의 역할을 상담자에서 청취자의 입장으로 선회하면 된다.
일상생활의 인간관계에서 사전에 서로의 일시적인 역할에 대한 상의 없이 서로가 자신의 역할만 내세우면 애초의 의도와 달리 불필요한 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다. 전문적인 교육없이도 누구나 어느 때라도 가능한 역할이 이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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