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8-3]8분, 법에 의지해서 다시 태어나라: 복덕의 진정한 성품이 없다.
우주를 칠보로 장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칠보는 금과 은, 유리, 수정, 백산호 , 붉은 진주, 마노(짙은 녹색의 보옥)을 가리킨다. 아미타경과 법화경에 나오는 칠보에 약간의 차이(아미타경에는 수정이 있지만 법화경에는 수정 대신에 매괴를 들고 있다)가 있지만, 보석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귀하며 아름답고 값이 대단히 비싼 물건들이라 생각하면 된다. 칠보를 한 주머니만 보시를 해도 공덕이 클텐데, 삼천대천 세계를 가득 채울 만한 보석을 보시해는 공덕이란 얼마나 큰지 상상이 안될 것이다.
여기서 복덕이 많다는 말과 크다는 말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나의 크기와 지구의 크기를 비교하면 지구는 나와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어머어마 하게 크다. 그런 지구도 태양계 속에서는 한 점에 불과하다. 그런 태양계도 은하계, 혹은 더 나아가 전체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먼지 하나의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 즉 크다거나 많다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인 표현이다. 현실 생활에서는 비교적 상대가 없이는 그런 표현은 아무런 의미를 띠지 않는다.
진정한 복덕의 성품이 없다는 의미는 첫째로 복덕이 많다는 것은 역시 상대적이기 때문에 보다 더 큰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삼천대천세계 역시 하나의 먼지에 불과한 탓이다. 둘째로 이런 보시는 형상에 뿌리를 둔 보시이므로 그 복덕 또한 유루복일 뿐이라는 것이다. 수명이 1억년이라 하면 수명이 굉장히 장대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주의 성주괴공이란 법칙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허물어질 수명에 불과한 것이다.
아무리 복이 많다해도 우주 속에서는 보잘 것없는 크기일 뿐이고, 또 형상있는 것이기에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사라진다. 수명이면 반드시 끊어지며, 절대권력이라면 언젠가 쇠퇴하고, 재물이라면 없어지는 것이 필연이다. 이토록 허망한 것이기에 진정한 복이 아니라고 한다. 진정한 복, 즉 무루복이라면 복이 많다거나 적다는 말 조차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복은 유루복인 탓에 상대적 가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복이 많다고 하는 것일 뿐이고 복덕이라 이름한다는 의미다.
무루복은 재물로도, 수명으로도, 세속의 그 어떤 가치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 그래서 감히 복이라 말할 수도 없다. 재물이나 명예에 속박받고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사라지고 없어질 유루복과는 달리 무루복은 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유'인 것이다. 무루복에 있어서는 본래 '복'에 관심을 두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복을 구하려면 더 많은 복을 쉽게 구할 수도 있다. 복에 연연하는 것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삼천대천 세계를 칠보로 가득 채울 만큼 보시한 공덕이 사구게를 수지독송하는 공덕에 비해 먼지 하나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유도 사구게의 수지독송이 바로 성불의 길이기 때문이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