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이 아무리 틀에 박힌 듯하다 해도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을 수행할 수 있는 활동은 없다. 매 순간이 그 나름대로 독특하며, 그 순간은 전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이해하고 있다.
어제 중앙마라톤 대회에서 부상으로 인해 고생은 했지만, 중간에 포기하지도 않고 상황을 악화시키지도 않으면서 무리없이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내 삶을 의미있고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두 번 다시 없는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자가 퍼즐을 맞추거나 달리기를 하거나 장난감을 만지거나 식사를 하는 것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흥분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똑같은 놀이를 하면서도 매번 스스로 흥분하고 새롭게 변형시키고 자기만의 즐거운 의미를 찾고 있다.
거의 매일 한강둔치 자전거길을 달리거나 걷지만,매번 처음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풀, 하늘, 강물, 바람소리 등 자연은 항상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하고 모든 환경이 똑같은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나서서 한강 둔치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수십 가지의 새로운 생각과 느낌과 발견이 이루어지고 달리는 중에 만나는 사람들 조차도 아주 오래 전부터 만나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친숙하자.
그러나 삶이라는 것이 모든 것에서 언제나 신비를 느끼며 살아가게 놔두지 않는다. 눈에 띄거나 떠오르는 모든 것에 황홀해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것은 너무 시간을 빼앗으며 피곤하고 먹고 사는 일에 방해를 줄 것이다.
내가 아무리 그런 느낌을 경험하고 싶어하더라도 스쳐지나가는 바람 조차도 똑같은 바람이 없으며, 강물도 똑같은 강물이 없다.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은 흘러가고 새로운 것들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제 잠실주경기장 트랙에 들어와 첫 번째 코너를 도는데, 트랙 안쪽에서서 응원하는 외국인이 "원 모어 미니츠!"를 외치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 우리는 "이제 다왔다. 바로 저기야. 조금만 더!"라고 한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일 분만 더 힘내"라는 말과 "조금만 더 힘내"라는 말은 같은 격려의 말이지만 지친 주자들에게는 전자가 훨씬더 힘을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언어들에는 이런 객관적인 표현이 적은 것같다.
어린아이 같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일상적인 활동 자체도 흥미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 특에 박힌 일상의 삶에서 두루뭉실 넘어가는 표현보다 새롭고 흥미로운 요소를 찾는 노력을 통해 세상을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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