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복수를 용인하는 드라마 더 이상 안 된다
지난 1993년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대통령은 지난 정부까지의 산업개발의 성공적 발전 결과로자신의 임기 초반에 달성된 ‘국민 1인당 1만불 시대’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 개입에 의한 고환율 정책을 강제로 유지하면서 한보그룹에서 시작된 기업의 줄도산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한 때 39억 달러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IMF 구제금융 요청(1997.12.3.~2001.8.23일)은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이 IMF에 20억 달러 긴급 융자를 요청하고, 지원받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건이다. IMF에서 19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고, IMF가 요구하는 경제체제를 수용하고 그 요구에 따라 대대적인 국가경제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1997년 12월 18일에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야당이었던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어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 구조조정 등 IMF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고 집행하기 시작했다. IT 산업 장려 정책이나 대기업 간의 사업 교환 및 통폐합으로 경제 재건을 도모했다. 1999년 3월, ‘사이버 코리아 21 계획’을 발표, IT 산업 및 인프라 투자와 발전에 진력했다.
1998년 12월, IMF 긴급 보관 금융에 18억 달러를 상환한 것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금융 위기로부터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하여 2000년 12월 4일 국제 통화 기금의 모든 차관을 상환하고, 우리나라가 'IMF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2001년 8월 23일, IMF 관리 체제가 공식 종료되었다. 그런데 2000년 중반부터 미국 내 주요 도시 한인 타운에 '탈남자(脫南者)'라는 말이 유행했다.
대한민국을 떠나 미국으로 온 사람들을 탈북자를 빗대어 자국 동포를 비하시켜 부른 말이었다. 이들 가운데 부유층이 많았으며, 문제는 겨우 쌓이기 시작한 돈이 다시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일종의 돈의 복수였다. 그 시절 정부가 뒤늦게 권력기관을 총동원하여 불법이민을 떠난 돈을 잡아내기로 했지만, 불가항력이라 실패했다.
21세기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와이어를 타고 빛의 속도로 빠져나가는 돈을 무슨 수로 막겠으며, 더구나 돈은 이념과 인종, 국적을 떠난 등가(等價)의 존재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흐른다. '많고 적음'의 양적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좋고 나쁨'의 질적 차이는 없다. 또 동서고금 어디서나 돈은 똑같은 대접을 받으므로 항상 권력보다 자신이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민첩하게 움직인다.
어떤 불만사항이 있어서 돈이 움직이는지 알아보는 것이 더 현명한 대응 방식이다. 북한식 사회주의와 계획경제는 돈의 천적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아무래도 우리 사회의 전체주의적 이념화일 것이다. 법을 지키며 최선을 다해 돈을 번 기업가나 부자들을 무조건 범죄시하는 시각이다.
마치 배 안의 쥐가 난파의 위험을 먼저 알듯이 말이다. 개인의 선택이라면 책임을 지면 해결되겠지만, 집단적 선택에 의해 사회 전체가 가난에 처한다면 분명 억울한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들이 만약 현재의 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기둥이 될 우리 사랑하는 자식들이라면? 돈의 복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며, 자신의 이익에는 행동을 먼저 하는 우리 나라 정치인들의 ‘내로남불’, ‘아니면 말고’식의 인식과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가 아니라 ‘주먹이 있는 데 왜 법을 쓰냐?’는 식이다. 요즘 합법을 가장한 노조와 당이나 특정 정치인의 광팬들이 저지르는 사회적 규칙을 우롱하는 사적 복수를 조장하는 주객전도의 모습이 그렇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개탈’(‘개딸’이 아니다)이 지향하는 ‘국민사형투표제’ 그런 대표적인 사고방식이다. ‘무죄의 악마를 처단하겠다.”고 직접 공공적 사적 복수를 표방한다. 인지수사를 하는 경찰, 공소장 쓰는 검사, 최종 판결자 대법관, 그리고 최후의 목줄을 거는 사형집행관의 공적 복수에다 국민들에 의한 사형 집행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언제부터 인가 우리 사회에서 ‘한(限)의 민족’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피해의 민족’이 들어서고, 애도를 넘어 ‘나도 피해자(Me Too)’라고 믿어 버리는 사람들이 숫자가 늘어난다. 지금처럼 피해의 민족이 복수극을 마다하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무법천지에서 픽션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느냐는 반박을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범죄 예능이 사회적으로 위험한 이유는 모든 범죄를 ‘스릴러’처럼 다루기 때문이며, 유튜브, 공중파, 케이블 가리지 않고 흐름이 비슷하다. 무고한 피해자와 악랄한 포식자처럼 누구든 당할 수 있다는 순결한 피해자 역할에 우리 모두 잠재적으로 당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한 ’피해자 중심주의’ 개념이 일반 범죄에까지 무분별하게 적용된 결과다.
사건을 부검해서 ‘살아갈 교훈’을 얻는 대신 오히려 ‘공포의 포로’가 되어. 공통체를 ‘가해자 예비군’으로 지목하여 여성과 약자를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위축시키는 ‘나쁜 교육’을 통해 집으로 숨게 만든다. ‘불안 시장’은 날로 커지고, 보안, 호신용품, 묻지마 범죄 보험까지도 나오는 등, 사적 복수극은 그 불안 시장의 호객꾼이거나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다.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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