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달리기를 즐기다 보면 예전에는 오한이 나거나 속이 메스껍거나 하면 자연스럽게 침대로 가 잠을 잘 것이지만, 달리기를 즐기게 되면 잠자는 대신 밖으로 나가 가볍게 짧은 거리를 걷거나 달리면서 스스로 쓸모 없는 사람이라는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처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앉아 이상한 일이라 생각한다. 긴장을 풀고 낯선 새로운 생각에 억지로 몰아내려 한다. 그러면서 잠이 드는 대신 달릴 때의 가벼운 몸의 흔들림을 느껴본다.
그런 마음의 심란함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은 상쾌한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평소 달리던 거리를 달리는 것은 숙련된 탓에 언제나 전문가가 된 듯한 기분을 즐길 수 있다.
지구력이 늘어날수록 무릎 등 관절에 통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일시적 통증은 달리기를 마치면 금방 지나간다. 그러면서 처음 달리고자 했던 거리를 줄이기라도 하면 할 일을 하지 못한 듯 아쉬운 마음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힘은 들지만, 그리고 긴 거리를 달릴 만큼 아직도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달리는 동안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만큼 체력이 좋아진다. 처음 가는 거리는 통증 때문에 속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기분은 더 많이 좋아진다.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다. 그래도 장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은 많은 위안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달리는 동안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그런 생각들을 나타나는 대로 하게 되지만, 달리기가 끝나면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싹 잊어 버리게 된다.
달리기 주로에서 있었던 일은 그 주로에 남겨두는 이유는 생각이 나거나 이야기를 나눴던 일들이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거리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새로운 통증이나 불편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런 고통마저도 달리지 못하는 이유가 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진정한 주자의 고통을 맛보는 듯한 자부심을 느끼기까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예 달리는 것이 지겹다는 생각도 떠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달려왔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려 온갖 노력을 다한다. 나의 부족한 부분이 부끄럽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저 내 삶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이끌어내고 싶었을 뿐이다. 주로 위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달리는 중에 완주에 대한 불안감이 마음 속을 지배하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고, 몸에서는 땀이 솟는다. 늘 정신을 엉뚱한 데 팔다 보면 평소의 일까지 헷갈릴 때도 있어서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가까운 사람들의 감정적 지지는 세상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나는 무엇 하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릴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덕분에 그냥 집안에서 놀고 살아야 할 사람이 달리기, 글쓰기, 이웃 돕기, 마라톤 참가, 명상 등에 참가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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