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조금 쌀쌀한 날 아침에 달리기는 정말 기분을 좋게 만든다. 처음에는 조금 추운 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곧 몸이 풀리면서 딱딱한 아스팔트가 부드러운 흙길처럼 몸이 통통 튀는 것 같고 한결 가벼워지면서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혼자 달리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지만, 그 속에는 공적인 아무런 구속이 없는 말 그대로의 자유로움이 있고 해방감이 있다. 머리와 몸통을 똑바로 세우고 앞을 응시하며 달릴 수도 있지만, 땅과 하늘과 주위 아파트와 강물을 둘러보며 튀어오르거나 부드럽게 착지하며 달린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여 항상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멀리서 바라보는 산과 산속에 들어가서 둘러보는 산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듯이 우리의 삶도 그렇다. 서로 상부상조하며 살아야 하지만, 남을 돕는 방식이나 시간에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다.
개인과 집단이 할 일과 해야할 일이 서로 다르다는 말이다. 6주 동안 매주 다섯 가지 선행을 베푸는 실험에서 하루에 몰아서 모두 실천에 옮긴 사람들이 하루 한 가지씩 일 주일동안 실천한 사람들보다 더 행복감이 컸다.
선행도 일주일에 골고루 분배해서 실행하면 그 일의 특별한 점이이나 힘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평소에 하던 다른 친절한 행동과도 구별이 되지 않지만, 하루에 한꺼번에 실시하면 나의 영향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선행을 위한 노력 자체가 강물에 빗방울 떨어지는 것과 같은 느낌도 받지 않게 된다.
달리기를 매일 규칙적으로 하다가 어느 날 하지 못하게 될 때는 꼭 숙제를 하지 못한 듯 껄끄러운 느낌이 들지만, 시간 내기 편한 주말마다 몰아서 하게 되면 오히려 더 운동한 느낌이 들고 만족감이 확실해지면서 활력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찬 가지로 일상 생활에서도 사적인 일과 공간이 필요하고 공적인 일과 공간이 별도로 필요하며, 공적인 일에도 혼자 해야될 일이 있고 서로 도와주며 함께 해야할 일이 있다. 이런 일과 공간이 적절히 구분되지 않으면 전체적인 삶 자체가 헝클어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혼자 산책할 때의 걸음과 공적인 일에 참여할 때의 걸음걸이의 속도와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당영한 일이 아닌가? 절대로 같을 수가 없으며, 또한 절대로 같아서도 안된다. 일할 때의 걸음에는 목표, 방향, 시간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산책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천천히 터벅터벅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달리기는 자유의 시간, 일상의 또 다른 해방 공간이다. 하루 중에 한 번쯤은 쉬는 공간이 있어야 철따라 달라지는 세상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인생 길을 계속 달려만 간다면, 결국 만족과 행복, 그리고 평안과 재충전이라는 느낌들은 잊고 살 수 밖에 없다.
아무 방해 없이 혼자 정처없이 달려가는 발걸음 속에서 나만의 성찰시간이 오붓하게 주어지고, 나만의 깊은 사색의 공간을 통해 공적인 공간과 일에서 만들어진 과민성 고민들이 빠져나가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재충전이 일어나게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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