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9-3]9분. 어느 상도 상이 아니다: 일상은 무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모습을 흔히 삼라만상이라 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의 겉모습은 모두 수만 가지의 개별적 존재들로 이루어져 다 다르게 보이게 된다. 그런데 사실은 세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하나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만 가지 세상의 모습들이 곧 단 하나의 모습이다. 깨달은 눈으로 보면 만상이 하나로, 만법이 하나로 돌아간다는 말이다(만법귀일: 만 가지 법이 하나로 귀결된다).
그러면 하나의 모습을 세상의 참모습이라 해야할까? 설사 하나의 모양으로 보이더라도 하나의 모양이라고 그렇게 모양을 지으면 그것은 참 모습이 아니다. 하나의 모습이라는 것은 곧 어떠한 정해진 모습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를 세우면 다른 하나가 저절로 서는 것이 세상이치다. 하나마저도 세우지 않아야 그것이 참 모습이다. 즉 일상은 무상이다. 하나의 모양도 지어서는 안된다. 어떤 모양도 지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소승불교에서는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가려 노력은 하지만, 인과의 법칙을 알거나 믿지 못하고 그저 눈앞의 욕심에 마음을 빼앗겨 심지도 않고 거두려하고, 주지는 않고 받기만 하며 어리석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범부중생이라 한다. 사람 모습은 하고 있지만 사람같지 않은, 사람답지 못한 사람, 지옥 아귀 축생 같은 사람이다. 현생에 살아있어도 지옥 아귀 축생 같은 삶을 살고, 죽어서도 지옥 아귀 축생도에 떨어지게 된다.
세상에는 하나의 법칙이 있는데 그것이 인연법이다. 심은 게 있어야 거둘 것이 있고 준 게 있어야 받을 것이 있음을 알고 그런 원리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현인이라 한다. 현인이라 하지만 바로 사람다운 보통 사람을 말한다. 무심하다는 말이 있다. 원래는 곁에서 누가 뭐라고 하거나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나도 놀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 나도, 돈이 없어도, 비행기에 탓는데 비행기가 고장나서 막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 찰라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흘러가는 물처럼, 들판에 피어있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처럼 자연처럼 마음에 걸림이 없는 사람들이다.
생각이 돌과 같이 굳어있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프다고 하면 그 아픈 마음을 받아주고, 잘못한 자식이 있으면 야단도 칠 줄 알아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본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보통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마음을 말한다. 피가 멈추면 죽게 되는 듯이 피가 도는 순간까지는 한 날 한 시도 멈추어있지 말고 역동적으로 흘러가며 일해야 하지만, 마음은 항상 고요한 상태에 머물러 있어야 이상적인 삶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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