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조카 결혼 때문에 고향엘 다녀왔다. 내려간 김에 작년 겨울 추운데 그냥 나갔다가 뇌출혈로 수술받고 일 년째 의식없이 입원하고 있는 형의 병실에 들러 사람을 알아보는 조그만 변화에 마음의 감격을 느끼면서도 끝이 없는 투병의 여정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는 가을의 단풍을 보면서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는 지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가장 화려한 절정의 순간인 불타는 단풍나무들이 삶의 이유, 몸의 전부였던 잎을 아낌없이 버림으로써 겨울추위를 이겨낸다.
나무가 버리고 비운 것들은 그대로 땅에 묻혀 거름이 되고 이듬해 새파란 잎으로 다시금 태어나 불타는 삶의 절정을 위해 몸을 태우는 과정이 나무의 삶의 순환이다.
살아가면서 생각 없이 부도적한 행동에 가담하거나 사회적 압력 때문에 개인적인 만족을 포기함으로써 나의 가치에 반하는 일을 할 때가 있다. 이를 두고 용기와 인품이 모자란 탓이라고 비판한다.
나무가 아름다움을 줌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인정받듯, 사람도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줌으로써 어른 대접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뭔가를 줄 수 있다면 여전히 그냥 어른이다.
돈이나 물질, 시간과 마음, 몸과 머리 등 무엇으로도 나누고 베풀 수 있다. 그래서 나이 먹을수록 입은 닫고 가슴과 지갑은 열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살다보면 나의 할 바를 못하고 지날 때가 많다.
아직도 만연하고 있는 빨리빨리주의는 분명 유익한 측면이 있는 것을 무시하지 못하지만, 그런 결과적 유익함에의 집착 때문에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단합시킬 수 있는 더 큰 절차적 건강성이 무시되는 것이 문제다.
목표까지의 전 과정 자체가 핵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정한 시간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가 삶의 속도를 건강에 해로울 정도로 극적적 수준까지 가속화시키고, 느린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하다.
개인적으로도 시간을 두고 나의 행동을 생각하거나 결정이나 선택을 숙고하지 않으면 내 삶의 방식이 나의 핵심가치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압력에 반응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의 핵심 가치에 따라 행동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도 속도를 늦추고 내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과 나의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생각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급히 서두르다 실수하고 다시 되돌아오는 삶을 살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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