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9-2]9분. 어느 상도 상이 아니다.: 수다쟁이가 되지 말자
디지털 공간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소비자를 라틴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호모나랜스(homo-narrans)라 하는데, 생각하는 사람인 호모사피엔스(homo-sapiens)의 반대 개념이다. 미국의 영문학자 존 닐(John Niels)이 1999년 호모나랜스를 통해 '인간은 이야기하려는 본능이 있고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대중매체의 발달로 인해 약화되었던 호모나랜스의 특징인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이른바 디지털 수다쟁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일기획은 2008년 9월 24일 15~44세의 남녀 600명을 통해 조사한 결과, 호모나랜스의 특징을 첫째, 이들은 인터넷 콘텐츠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자기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둘째, 흥밋거리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셋째, 인터넷 카페ㆍ사용 후기ㆍ블로그 등 일반인들이 작성한 '위 미디어(we media)'에 신뢰를 두며 넷째,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발표했다.
떠벌이처럼 쓸데없이 말수가 많아 몹시 수다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부를 때 수다쟁이라 한다. 여기 나오는 수다쟁이의 어원이 부처님의 설법에서 나왔다. 불교에서는 중생들이 겪는 육도윤회의 길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성인이라 부르는데, 이런 깨달음을 얻는 성인들에는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4단계가 있는데, 이를 성문4과라 한다. 여기서 수다원은 성인 초입에 들어간 사람이고, 아라한이 최고의 성인인데 바로 부처님의 경지와 같다. 듣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깨달은 관점만을 계속 이야기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법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깨달음을 인정받지 못하고 수다쟁이라 오해를 받게 된다.
자신이 깨달은 성인의 류에 들었다고 느끼거나 생각하는 그 자체가 아직도 자신에 대한 형상이나 집착을 버리지 못했거나 자신과 다른 중생들과 구분하는 마음에 매여있기 때문에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 속에는 부처와 중생를 별개의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깨달은 사람이야. 너희와 달라.'라는 분별심에 이끌려 일으키는 생각 때문일 수 있다. 잘난 체하는 사람은 능력이 아무리 있더라도 진심으로 잘났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일반 세속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도 그럴진데 깨달음을 구하는 길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내가 불법을 전파한다.'는 상에 집착하면 막무가내로 광신적인 종교인들과 다를 바 없게 되어 세상사람들이 던지는 온갖 말에 이끌리게 되고, 그럴수록 아상이 강해져 대화가 어렵게 된다. 진실로 불법을 전파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법을 전파한다거나 불법 그 자체에 대한 집착을 갖지 않고 전파하기에 누구와도 흉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어야 '아 저 사람은 불법을 참 잘 전하고 있다.'고 인정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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