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에 힘이 들수록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밥이 생각날 때가 있다. 삶의 과정에서 탈진한다는 것은 투쟁에 필요한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의미다. 내가 처음 부산으로 고등학교를 가서 적응하기 힘들어 했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요리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먹는 요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아주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움직여 신뢰를 만들어 낸다. 밥맛이 없다거나 힘이 빠진다는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떤 스트레스 요인을 피하기 위해 도주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식사를 함께 하면서 오가는 여러가지 말들 속에서 가깝게 만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음식이다. 무엇보다 음식은 함께 먹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 힘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성취와 실적에 충분히 관심을 쏟지 못해 모임이 깨어지게 된다.
탈진한 아들에게 먹이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던 어머니의 정성과 기원이 담긴 마음을 이제서야 이해를 하게 된다. 필리핀에서 태풍 하이옌 때문에 가족과 재산을 잃고 통곡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이유가 그렇다.
우리에게 밥은 생명이다. 맛있는 밥 한끼가 사람을 살린다. 밥은 손이 아니라 마음으로 짓는 것이다. 불교에서 스님들의 탁발이 그래서 중요한 수행의 한 과정이 되는 것이다. 밥 짓는 솜씨가 아니라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들이는 정성과 사랑이 사람을 살리고 깨우침을 주게 된다.
밥을 먹는 것은 밥을 지은 어머니의 정성을 먹는 것이고 사랑을 먹는 것이다. 그래서 삶이 힘들어질 때는 어릴 때처럼 다시 높이 비상하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 항상 어머니가 지은 집밥이 생각나게 되는 이유다.
전투현장에 투입된 군인이나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불을 끄는 상황에 힘이 들어 탈진한 상태에서도 위험에 빠진 동료나 주민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쏟는 자연스런 행동도 어릴 적 어머니의 헌신에서 배운 공동체를 위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우리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사람들과 유대를 맺고 싶어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완전히 지쳐 나가떨어지기 전에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돕는데 투자함으로써 유대를 강화하고 활력을 재충전하게 된다.
사람들은 상황이 심각할수록 스트레스가 많아질수록 본능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어릴 적 맛있는 밥을 해주시며 하시던 삶은 위기의 순간들이 있지만 그 순간을 거치지 않고는 한 단계 높이 올라갈 수가 없다는 어머니의 말씀 때문이다.
삶이란 것이 따지고 보면 어머니가 뒤따라오는 자식들과 새로운 정보를 나누고 경험이 부족한 자녀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고민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정성어린 준비와 사랑의 에너지의 축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래는 정성으로 준비한 사람의 몫이라고 할 것이다.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