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9-9]9분. 어느 상도 상이 아니다: 법에 집착하지 마라.
깨달음이란 무유정법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여기서 도달했다는 것은 어떤 물리적 수준에 도착했다는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아무런 깨달음도 얻지 못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만약 "아라한과를 얻었다"는 것에 집착하게 되면 그것이 곧 법이 있음에 집착하는 것이고, 법에 집착하면 곧 나와 너, 우리와 중생의 상이 일어나고,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네 단계로 나누어 다시 하나씩 재해석하게 된다.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듯이 깨달음도 어두운 방에 불이 들어와 어둠이 일시에 순간적으로 사라지듯이 일체의 망상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깨달음이라는 어떤 새로운 알맹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밤의 어둠 속에서 무엇이 어디 있는지 분간이 되지 않아 헤매다가 아침에 해가 뜨면 모든 것이 백일하게 환하게 드러나는 이치와 똑같다. 그러므로 깨달음이란 새로운 특별한 것이 있고 그것을 내가 얻었다고 하면 이는 얻은 나와 얻지 못한 너를 구분하는 사상에의 집착 때문이다.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원래 단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방에 불을 켤 때 단계적으로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 속을 채우고 있는 상을 버리면, 즉 경계에 물들지 않으면 오고감이나 일어남이나 돌아옴 또한 없다. 그러므로 나온 적이 없으므로 어떤 성인의 류에 들 것도 없으며, 감이 없으므로 또 한번 올 일도 없고, 오지 않을 일도 없고 태어남도 없다. 여래는 여여하고 오고감이 없는데 성인4과와 같은 단계가 어디 있겠나. 오직 하나의 상만 있는데, 바로 아무 상도 없는 상태, 번뇌와 다툼 등 일체의 상을 떠난 오직 무상의 삼매을 즐기는 것이다.
매일 아침 샤워를 하는 사람은 "나 샤워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잘 하지 않던 사람이 "나 샤워했어!"라고 말하게 된다. 나쁜 일이라고는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은 늘 착한 일만 한다고 생각할까? 아니다 그저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분별과 다툼이 끊어진 사람이 스스로 분별과 다툼이 끊어졌다는 마음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그 사람은 성내거나 다투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다. 상에 집착하고 깨달음에 집착하는 마음을 비울 때라야 비로소 마음 속의 빛을 밝힐 수 있다.
불법은 어떤 도리를 배운다기보다 어리석은 마음을 깨우치는 도리를 이르고 있다. 이런 불법의 도리를 현실에 적용하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음식 맛이 좋다고 무리하게 많이 먹는 것은 경계에 이끌리는 행동이지만, 적당히 먹고 아무 미련없이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은 경계에 이끌리지 않는 모습이다. 깨달음이나 도란 것이 아무런 맛도 못느끼는 목석같은 무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끼되 그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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