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9-7]9분. 어느 상도 상이 아니다: 일상은 상이 없다는 말이다
"나는 자유인이다"하면 아직 내 마음에 '자유인은 이러저러하다' 형상에 대한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당신은 노예요 자유인이요?"하고 묻는다면, "나는 자유인이요."하고 대답할 수는 있다.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이런 것들이 깨달았다고 하는 하나의 상이다. 하나의 상을 지어도 그것은 완전한 깨달음이 아니다. 여기서 요점은 네 가지나 상을 지었다. 그래서 하나의 상도 지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참으로 아라한이라면 내가 아라한도를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름하여' 아라한도를 얻었다고하는 것이다.
단지 성인의 위에 들었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성인의 위라는 특정한 구분된 경계가 없기에 든 바도 없으며, '다만 그 이름'이 수다원이고, 사다함은 한번 갔다 온다는 뜻이지만, 사바세계와 정토세계가 두 세계로 나누어 있으면 갈 일도 올 일도 있지만, 상이 떨어져 버리면 둘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에 갈 일도 올 일도 없기에 '다만 그 이름'만 사다함이라 한다. 아나함이라는 것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 오지 않는다 할 것도 없어서 '다만 그 이름'을 아나함이라 하고, 사실은 "이것이 법이다."라고 부를 만한 것을 얻은 바가 없기에 '다만그 이름'을 아라한이라 한다.
길에서 선교를 하는 사람들처럼 어떤 사람을 만나 그에게 불법을 적용하면 받고 안받고에 따라 시비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아집에 해당하는 법집이라 한다. 그래서 가르치지 말라하는 것이다. 상을 짓는 것은 아집이던 법집이던 같은 집착일 뿐이다. 무슨 꿈을 꾸던지 깨어 있는 사람이 보면 모두 잠꼬대이다. 그래서 깨자마자 '아하! 꿈이구나!'하고 끝이 나야한다. 여기서 일상이라는 하나의 상이란, 상을 짓지 않음, 즉 상이 없음이다.
간혹 내가 선을 하거나 명상을 열심히 해서 깨달음을 얻어야지 하거나 일을 하면서 '나는 밥과 시간만 축내고 있구나. 빨리 보살행을 해야지' 한다면 모두 분별하고 있는 것이다. 수행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거나 생각에 떠오르는 상이 모두 허상인 줄 알고 탁 깨고 나와야 한다. 그것이 공부고 수행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공부다.'라고 상을 지으면 그 순간 수행의 길에서 멀어져 버린다. 상이란 망념을 일으켜 짓는 것이다. 내가 먼저 듣고 행동하면 공덕이 되지만, 남에게 적용하면 무조건 시비가 된다.
마찬가지로 금강경 병에도 걸려서는 안된다. 깨달았다는 상도, 깨닫지 못했다는 상도 짓지 마라. 과도한 술 때문에 간경화가 생겼다면 술은 마시면 안된다는 상을 지어 돌아다니며 술 마시는 사람들과 시비한다. 술먹는 것으로 상을 지으면 술 없다고 시비하고, 술 안먹는 것으로 상을 지으면 술 있다고 시비한다. 육조대사께서는 "망념을 일으키지 마라. 망념을 일으켜서 상을 짓고 상에 집착하니, 한 생각도 내지마라."는 말씀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망념을 일으킬 때 바로 망념인 줄 알아차리고 상을 짓기 전에 망념을 먼저 놓아라고 하신 것이다. 금강경처럼 부처님께서 물어보는 말에 깨닫고 자각해야 한다. 듣고 이해하려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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