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많이 듣던 말 중에 하나가 "빈 깡통이 더 시끄럽다."는 말이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월요일 조례시간에 한번씩 말씀하시던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인다."는 가르침도 머리에 많이 남아있다.
자세를 낮추는 것은 결코 비굴이 아니다. 오히려 오만함이 자신의 불안정과 자신감 부족을 감추기 위한 허세행동일 때가 더 많다. 실력이 있는 사람만이 겸손할 자격을 얻게 되고, 높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삶의 미덕의 하나인 겸손은 교만의 반대다. 사람은 누구나 교만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인간관계에서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교만함을 모르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뛰어노는 어린이들의 부모들이다.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일수록 더 겸손하게 행동하게 된다. 상처입은 자아감을 방어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뻥뛰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성공을 과시하고 증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겸손하다는 것이 나 자신을 낮추거나 내 능력과 강점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덜 생각하고 남을 약간 많이 더 생각해주는 태도다. 그것를 통해 상황에 적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나의 진정한 능력과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나의 재능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받은 선물이므로 겸손해야 하고, 명성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준 인정이기 때문에 감사해야 한다. 반면에 교만은 내가 나에게 준 과도한 자신감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뛰어난 재능은 나를 세상에 돋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적을 만들기도 한다. 겸손이 힘을 제대로 발휘하여 그런 재능을 보호해주지 못하면 재능이 오히려 폭탄이 되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입히게 될 수도 있다.
평소에 나 자신의 자아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면 부처님께서 나 자신의 형상을 버리라고 하신 말씀을 이해하게 된다. 나를 버리면 힘든 사람에게는 힘을 줄 수 있고, 높은 사람들의 권위는 손쉽게 무시할 수 있게 된다. 자부심과 겸손함 사이의 균형을 잡기가 쉽다는 말이다.
자신감을 잃고 마음이 울적할 때는 나 자신이 실제로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어 힘을 얻게 되고, 지나치게 자신감이 고양될 때는 나 자신의 초라한 본성과 최종적인 운명을 스스로 일깨워 자제할 수 있게 된다.
가능성과 실존적 한계에 대한 인식의 바탕에서 나 스스로의 감정의 균형을 적절히 잡음으로써 개인적 발전과 공적인 기여를 위한 잠재력을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게 된다. 자신감이든 불안정감이든 너무 지나치면 정상적인 성장에 방해가 될 뿐이다.
인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 겸손함이 없다는 것이고, 겸손하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에 오는 오만이라는 김성근 야구감독님의 말씀이 정말 진리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