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10-1]10분. 정토를 장엄하라: 선혜행자와 연등부처님의 수기
원주상에서 원의 중심으로 가는 길은 정해져 있지 않은 것처럼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길도 무엇이라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가 서울 오는 길을 물으면 가르쳐줄 수는 있어도 몇 가지나 되는지는 말해 줄 수가 없다. 왜냐고? 몇 가지라고 정해져 있기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서울로 오기만 하면 된다. 금강경에서 사구계를 깨치면 그것이 곧 깨달음을 얻은 것이라는 말도 같은 의미다.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관념을 가지고 불교를 이해하려하니 어려울 뿐, 사실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적용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적인 것을 일상적으로 보지 못한다. 왜? 나는 일상 속에 있으면서도 열등감이나 불만 같은 나의 욕심 때문에 가슴 깊숙히 가려져 있는 나의 본 모습을 제대로 찾아 읽지 못하고 꿈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이 있으나 보지 못하고 귀가 있으나 듣지 못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데, 우리는 망념에 의해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상도 지어서는 안된다 하니 성문승들이 무언가를 증득했다라는 상을 지어서는 안된다. 얻었다 하는 것도 한 생각을 일으켜 모양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수보리는 부처님께서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수기를 받았다 하니 무엇인가 법을 얻은 바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법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하시는 것이다. 부처님은 그것을 깨달으니 다만 아상을 내려놓은 것이다.
선혜동자가 수기를 받을 때도 연등 부처님이 지나가시는 그 길에 생긴 진흙 길을 밟지 않으시도록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바쳐서 꽃을 사서 공양을 올렸다. 재물과 지위를 버리고, 그는 부처님이 진흙을 밟을까 염려하여 옷을 벗어 깔고, 온몸을 던져 밟고 지나가시게, 그것도 부족해서 머리까지 풀어 진흙 위에 깔았다. 그가 가진 모든 것, 즉 자신의 재물, 지위, 명예, 그의 육신이나 머릿 속의 갖가지 가치관이던 일체를 부처님 발아래 던져 버렸다. 나로 삼거나 나를 대표할 모든 것을 모두 완전히 부처님 앞에 던져버린 것이다. 연등부처님에게 무언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오직 한 마음을 일으킴으로 해서 성불의 수기를 받은 것임을 알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얻은 것이 아니라 그는 그냥 버린 것이다. 일체를 놓아 버리자, 너는 다음 생에 부처가 되겠구나 한 것이다. 그러니 수기를 받았다고 하지만 어떤 법이 있어서 그것을 움켜쥔 것이 아니라 이미 움켜쥐고 있던 것을 놓아 버린 것이다. 내 마음에 이미 불성이 있으므로 누구나 스스로의 무명을 깨뜨리기만 하면 바로 부처라고 할 수 있다. 부처의 씨앗이 따로 있어 종자를 받아오듯 그 부처의 씨앗을 얻어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씨앗을 주고받는다는 의미로 이해해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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