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10-4]10분. 정토를 장엄하라: 부처님 사상, 알아도 안 것이 아니다.
깨달았다는 생각이 일어나면 깨달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불행 시작이라고 생각하자. 깨달아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누가 수고했다고 밥 한 끼 사는 사람도 없고, 누구에게 뭘 말 해주어도 알아듣지 못하여 한심하고, 답답하고, 게다가 나이도 있고 좀 아는 사람은 오히려 무시하고 공격하기 시작하므로 내가 깨달았노라 했다가는 세상살이에서 본전도 못찾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서 '평상심이 도'라고 평상시와 똑같이 일하고 돈 벌다가 때가 되면 누구에겐가 가르켜 주고, 그럴 사람이 없으면 조용히 행복하게 살다가 가면 되는 것이다. 뭘 알아도 절대 안다고 말하지 말고, 아는 것을 자랑할 것도 없고 자랑해서도 안된다. 부처님의 사상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겸손하게 말해야 한다. 수보리는 이미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부처님의 뜻을 아시고 "전혀 무엇도 얻은 바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오조 법연스님이 산에서 수행하는데 얼마나 열심히 수행했는지 날아다니는 새가 먹을 것을 가져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공양을 바치려고 했는데, 하루는 어떤 스님이 지나면서 가만히 보니까 열심히 닦기는 닦는데 도를 알지는 못하고 있으므로 안타까워서 가서 알려주었다. 말 몇 마디를 듣고 크게 깨달았는데, 그 후로는 이상하게 아무도 먹을 것을 가져오지 않았다. 이것이 유명한 화두다. 어째서 깨닫지 못했을 때는 먹을 것이 풍부했는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수행했는데, 도를 깨닫고는 궁핍해졌을까? 화두니까 각자 풀어보자.
그 뒤로 산을 내려와서 어느 절에 있는데, 원오스님을 만나 그 그릇이 좋음을 간파했지. 원오스님이 찾아가서 그 밑에서 공부하고 있던 중에 하루는 제자들에게 공부한 것을 내놓아보라고 했는데, 다 마땅치 않았는데 원오스님은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말했다. '발 밑을 보십시오'라는 말인데 발 밑은 어디를 상징한 것이다. 그러자 법연스님이 "내 법이 네게서 멸망하겠구나"라며 인정하였다고 한다. 자, 여기서 '내 법이 네게서 멸망하겠구나' 하는 내용이 바로 이 금강경과 통하는 내용이다.
선사들의 제자 인정방식이 이렇다. "내 법이 네게서 흥하겠구나"하면 그것은 선사도 아니고 남에게 욕만 먹는 돌팔이라는 말이다. 그 뒤로 원오스님은 법연스님 뒤를 이었고, 스승의 말도 깨우치기 위하여 부득이 있는 것이지 거기에 진짜 무슨 도리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스승의 말을 자꾸 들먹거리는 사람은 스승의 뜻에 안맞다는 말이지. 스승의 말도 없애고 불교를 전혀 세우지 않아야 제대로 스승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까 '네가 내 법을 망하게 하겠구나' 라고 말한 것은 '네가 내 법을 제대로 펴겠구나' 라는 말이지. 부정이 곧 긍정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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