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면 나는 항상 기적을 만들어 왔다.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본다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기적으로 느껴진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적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지혜라 부르는 어떤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내 주위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알기에 일상 속에서 만나고 접하게되는 평범한 인연들의 중요함을 이해하고 또 항상 그런 인연들에 감사를 느끼며 살아간다.
의학은 빛이 눈의 렌즈를 통해 망막에 도달하면 대뇌의 시각피질에서 이미지를 형성하는 원리나 각 시신경들이 수행하는 특수한 기능 등을 설명해서 시력이 무엇인지를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의학을 포함한 모든 과학도 내가 무엇을 어떻게 왜 보는지, 무언가를 보는 그 나란 존재는 무엇인지는 설명해주지 못한다. 지금 내가 의식하고 인식하고 있다는, 겉으로 봐서는 극히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실도 첨단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기적 그 자체다.
내가 이 순간에 살아있다는 평범한 사실 하나에도 평범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의식하는 것으로 선택을 하면 지금 내가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나 사물, 혹은 환경들 중에서 지루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차를 타고 오르는 언덕과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언덕과 걸어서 오르는 언덕은 정상에 닿았을 때의 느낌이 다 다르다. 차나 자전거를 타고 오른 눈에는 그냥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시의 외형을 쉽게 조망할 수 있는 나즈막한 전망대일 뿐이다.
내가 스스로 달려서 숨을 헐떡이며 올라간 남산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성곽과 숲과 소나무와 새들과 사람들이 그리고 아래에 펼쳐진 서울이라는 도시 전부가 눈에 들어온다. 휘황찬란 빛나는 광고판과 고층 건물과 사람들 사이에 있는 나도 보인다.
빠른 속도에 묻혀 지나가는 시선으로는 지금 내 눈앞의 위험을 피하는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내 주변과 내 안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세상의 존재와 변화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거나 주목할 수 없다.
세상 모든 것의 중심에 내가 있고, 내 삶의 주체가 나라는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의 한 가운데 서서 세상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생각하고 인식하려는 관심 자체가 없다. 매일 접하는 모든 것이 차창을 통해 스쳐지나가는 똑같은 풍경일 뿐이다.
절에 가야만 부처를 보거나 시골이나 산으로 가야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걷거나 달려 언덕을 오르고 나무와 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보고 내 눈을 감고 명상하자. 매 순간 부처와 별을 보는 기적을 만나게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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