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 10-11]10분. 정토를 장엄하라: 보살은 청정한 마음을 내라
깨달음을 얻고자 원을 세운 사람은 마음과 환경의 부딪침에 의해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나 형상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깨달음을 향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변화하는 마음에 안주하면 마음에 종속되고, 본의 아니게 마음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즉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뜻이다. 나의 마음 속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탐진치의 삼독심)은 깨끗하지 않고 나쁜 마음이므로 결국에는 몸과 말과 정신에 업을 짓게 되고, 나보다는 내 가족, 내 가족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좋은 마음이더라도 '불쌍해서'라거나 '남을 도우면 좋다니까' 등 바깥세계의 경계에 끄달려서 내는 마음은 그냥 환경에 매이는 종속적인 마음이지 진정한 보살심이 아니라는 말이다.
외부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 움직이는 일상적인 삶에서 보면 조건없이 마음을 내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가슴에 다가오기 힘들 수도 있다. 중생은 항상 머무르는 마음을 내고 그 마음을 붙들고 삶을 영위한다. 돈에 집착해야 돈을 벌려는 마음이 생기고, 불법에 매달려야 신앙생활이 지속되고,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을 해야 불쌍한 마음이 들어 보시를 하게 되고, 내 일이나 내 것이어야 더 강하고 집착이 생기고 열성을 보이게 된다. 이런 일은 모두 눈에 보이거나 듣거나 냄새맡거나 맛을 보거나 촉감을 느끼는 등의 외부의 환경적 경계에 종속되어 일어나는 마음일 뿐이다. 이런 종속된 마음으로는 어떤 일을 해도 진정한 보살행이 되기 어렵다.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면, 애초의 목적은 마라톤 대회가 아니라 이웃돕기를 위한 것이었지만, 수익금을 더 많이 남겨야 하겠다는 생각이 강할수록 대회 참가자나 협찬을 더 많이 늘이려는 마음도 강해지고, 그러다 보면 안전하고 행복한 주자들의 잔치가 되어야할 마라톤 대회에 참가자와 협찬사만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주자들에게 즐겁고 편안한 대회가 되도록 만들려는 노력을 덜하게 된다. 겨울철 난로 장사가 사람들의 추위로 인한 고통이나 고생은 생각하지 않고 날씨가 춥기만 바라거나 장마철 우산장사가 장마 때문에 오는 사람들의 피해나 고통은 생각하지 않고 비오는 날만 많아지길 기대하는 마음도 이렇게 변할 수 있다.
옛부터 양심적인 장사란 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그 일에 집착하는 순간 주객이 전도되어 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 인생살이이다. 더 많은 신자들에게 더 쉽게 포교하기 위해 하는 불사도 불사 그 자체에 집착하게 되면 좋은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신자들을 내쫓는 일이 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즉 거울에 내가 얼굴을 가까이 대면 내 얼굴이 비치다가 물러서면 사라지는 것처럼 인연이 오면 비추고 인연이 다하면 사라질 뿐 거기에 어떤 미련도 앙금도 없는 것이 거울과 같은 우리네 한 평생 인생살이이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란 감정이나 느낌이 없는 목석같은 돌맹이가 아니라 바로 무주상보시나 무심의 의미와 같은 것이다.
의사들처럼 혼자서 몸이 아파 감정이 예민해진 사람들을 많이 대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나 화가 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순간적으로 '아 내가 무심을 잊었구나' 생각하고 다시 놓쳐버린 무심한 마음을 찾아오게 된다. 거울에 어떤 형상이 떠나간 뒤에도 잔영이 계속 남아있다면 더 이상 거울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기 마련인 현대인들에게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마음을 먼저 닦아 나 자신의 마음을 편안히 다스릴 수 있어야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나 질병을 서로가 입지 않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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